압수한 비트코인 공매, 급할 것 없다

강성헌 채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17.06.16 11:30

[기고]가상화폐 실제가치 공식 인정 신호로 오인…법적 규제 절차 마련해야

최근 경찰이 216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압수했다. 이 '돈'을 두고 경찰이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범죄수익으로 판명되면 공매를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급한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

비트코인. 최초이자, 현재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가상화폐이다. 2009년 세상에 나왔고, 2010년 5월 22일 미국 남성이 1만 비트코인을 주고 피자 2판을 구입하면서 최초의 현물거래가 이루어졌다. 2017년 6월 14일 현재 1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3백억 원을 상회한다. 7년 전, 피자 1판을 겨우 구입할 수 있었던 무언가의 현재 가치가 150억 원이 된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 특정한 시기에 폭등했다가 떨어진 후 다시 오르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이유 중 가장 주요한 것은 기존 통화와 비교해서 우월한 거래의 익명성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폭등은 이른바 ‘랜섬웨어’, 즉 파일을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해킹방식의 유행에 영향 받은 바도 크다.

당장 어제, 한 인터넷 호스팅업체는 해커 집단에 복호화 키의 대가로 13억 원 가치의 비트코인을 지불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범죄, 특히 국제적 범죄와 관련된 매개체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고, 경찰이 이를 압수하는 상황도 자주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현재의 법에 따르면 압수물에 대해 법원이 몰수처분을 내리고, 몰수된 후 이를 공매하여 국고로 귀속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미국 정부도 2014년 이후 비트코인을 공매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번에 압수된 216비트코인의 운명도 이렇게 결정될 것인데, 생각해 볼 많은 문제가 이 과정에서 발생할 것이다. 특히, 몰수의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이 모여 비트코인의 재화성을 부인한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 2013년 겨울 이후,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입장의 변화가 없다. 비트코인은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것이다. 형법상 압수의 대상은 ‘물건’이다. 물건에는 화폐도,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도 포함된다. 비트코인은 물건의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상 기록의 다발’로, 형법 제48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는 ‘전자기록’에 가깝다.

따라서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비트코인의 경우, 과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재화가 아닌 것을 몰수하고 공매한다는 것은 몰수의 대상을 규정한 형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법문상 폐기해야 할 전자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가상화폐를 ‘유사화폐’로 본다면 억지 주장도 아니다.

그렇다고 공매처리를 하면, 국가기관이 가상화폐의 실제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범죄집단과 국제적 투기자본에서부터 투자처 또는 상속대상을 찾는 평범한 개인에 이르기까지, 투자의 합리화기제로 삼기에 충분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향후 어느 정도는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되리라 예상하지만, 범세계적으로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았고, 금융당국의 이전 결론이 번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할 결단도 아니다.

경찰이 압수할 당시 216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3억 원이었는데, 2개월이 지난 현재 7억 원이 넘는다. 비트코인이 화폐라기보다는 새로운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그 교환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향후 압수할 비트코인은 관련 절차가 완비될 때까지 공매 등을 보류하여 국가가 계속 보유하면서, 세계적 흐름에 따라 그 처리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발 빠르게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시스템을 도입하여 거래 투명성, 과세 등 측면에서 성과를 올리는 영국이나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 우리도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절차를 마련해야 할 때다. 특히 소득세법 개정 등 과세 문제의 해결은 시급하다. 쉽지는 않을 것이나, 최소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라도 어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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