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검찰의 동아쏘시오 수사

김지산 기자
2017.07.25 04:2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올 4월 눈 감은 배우 고 김영애씨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2007년 발생한 '황토팩 중금속' 사태다. 출발은 시사 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 김씨가 운영하던 회사 황토팩에 중금속이 있다는 보도였다.

결국 김씨 사업은 풍비박산 나고 다음 해에는 남편과 헤어졌다. 이혼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 할 수 없겠지만 사업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와 금전적 피해, 이에 따른 가정 불화는 유추 가능한 시나리오다.

모르긴 몰라도 김영애씨를 더 못 견디게 만든 건 황토팩에서 나온 중금속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밝혀진 뒤였을 것이다. 죄 없는 자신은 모든 걸 잃었지만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몬 상대편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일방적으로 한쪽만 피해를 보는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밝혀져도 검찰은 책임질 일이 없다. 법원에 의해 수십 년 뒤 '빨갱이'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한 인사들이 속속 나와도 이들을 기소했던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2015년 포스코 수사에서도 검찰은 한참을 뒤지고 뒤져 정준양 전 회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확(?)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1년3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정도다.

당시 검찰은 유례없이 340일 넘게 포스코를 훑었다. 누가 봐도 MB를 향한 '표적 수사'였지만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임기 때나 퇴임 이후에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검에서 3년째 진행 중인 동아쏘시오그룹의 리베이트 수사다. 검찰은 서울 본사를 몇 차례 압수수색 하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털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지검까지 덮쳤다. 한 달 전에는 강정석 회장을 부산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때 700억원을 횡령하고 50억원을 리베이트 등으로 사용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이쯤 되면 검찰은 강 회장을 비롯해 수십명을 기소했을 법 하지만 공소장을 제출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수사의 방향이나 범위, 대상자가 누구인지 온갖 잡설만 분분하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쑥대밭이 된 지 오래다. 거래 상대방들이 검찰 수사 불확실성 때문에 거래를 꺼린다.

인터넷 여론은 강 회장과 동아쏘시오그룹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아직 기소되지 않았는데 동아쏘시오그룹은 파렴치범이다. 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비호감 효과 때문인지 검찰은 상식적이지 않은 수사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반기업 정서에 의지해 무소불위 칼을 휘두르는 검찰 수사는 종북몰이 못지 않게 위험하다. 기업 수사가 검찰의 명예회복이나 국면전환의 기회로 작용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 정권 대상 수사든, 기업 대상 수사든 국민이 검찰에 들이대는 '상식'의 잣대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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