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아마존 주가의 변덕으로 둘의 순위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원 위치됐지만, 아마존의 거침 없는 성장세를 보면 베조스의 왕좌 탈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세상을 뜨자 업계에선 주저 없이 베조스를 ‘제2의 잡스’로 꼽았다. 잡스는 생전에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다. 베조스도 그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는 평이다. 독선적이고, 지능지수(IQ)가 월등히 높은 천재지만 감성지수(EQ)가 상대적으로 낮아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있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아마존 내부의 적자생존형 경쟁 문화가 애플만큼이나 혹독해 기업 운용 타입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다른 점도 있다. 잡스는 제품 자체보다 디자인과 브랜드를 중시했다. 반면 베조스는 기술과 편의에 집중했다. 그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데 공을 들였지만, 잡스는 ‘비싸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잡스가 궁극적으로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베조스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내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20여 년 만에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가게’(The Everything Store)로 성장했다.
베조스의 재산이 급격히 늘자 그가 기부에 인색하다는 사실이 새삼 구설에 올랐다. 세계 5대 갑부 가운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자는 ‘기빙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는 베조스가 유일하다. 잡스도 생전에 마찬가지여서 비판받았지만, 그가 부인인 로린 파월 잡스와 함께 남몰래 자선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베조스는 최근 트위터에 ‘기부전략’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으니 아이디어가 없어 기부를 못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됐다. 사실 베조스는 공개적으로 기부 아이디어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 남동생 마크에게 물어봤으면 됐을 일이기 때문이다.
마크는 뉴욕 빈곤퇴치운동 단체인 ‘로빈후드’의 일원이자 의용소방대원이다. 그는 2011년 세계 지식 강연 ‘테드’(TED)를 통해 소방대원으로 처음 화재 현장에 나갔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동료 대원이 집주인의 개를 구하라는 임무를 받은 데 비해 자신은 신발을 가져오라는 시시한 지시를 받아 속상했다는 거다. 하지만, 잠옷 바람에 맨발로 대피한 집주인이 신발을 가져다준 자신에게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더라며 봉사의 의미를 일깨웠다.
마크는 “무언가 기여할 게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뭐라도 당장 하라”며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기회는 매일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베조스가 동생의 조언을 잘만 새겨도 새로 등극하는 부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