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이건희 IOC 위원의 퇴장

임동욱 기자
2017.08.16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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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19일 밤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5층 귀빈식당 '코퍼레이터클럽'. 1박2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그날 밤 삼성 본사를 방문해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오랜 IOC 동료인 이건희 회장의 안부를 묻고 쾌유를 빌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 8월11일, IOC 집행위원회는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 회장 가족 요청에 따른 사퇴라고 했다.

IOC는 1996년부터 21년간 IOC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 회장에 대해 '전적으로 올림픽 운동에 헌신적이었던 분'이라고 평가하고, "계속되는 투병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IOC는 이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에도 그의 IOC 위원직 유지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IOC 내에서 그의 역할이 컸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고(故)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종신명예위원장은 "메달 획득을 위해 선수만큼이나 노심초사하는 이 회장의 순수한 애국심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비서팀 내 스포츠전담팀을 별도로 두고 해외 현장을 직접 발로 뛰었다.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세계 곳곳으로 IOC 위원들을 찾아가서는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에 냉담한 위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회장 자신이 팔을 걷고 나섰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및 경기 종목 등 올림픽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의결·수행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 회장은 평소 스포츠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던 이 회장은 자신이 '스포츠인'임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스포츠에서 무한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며 "스포츠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은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스포츠 정신을 경영에도 접목시켰다. 그는 "모든 스포츠에서 수비는 기본에 해당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공격"이라며 임직원들에게 '기회선점 경영'을 강조했다. 야구경기의 포수처럼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을 기업이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인사관이나, 축구 경기에서 옐로카드를 자주 꺼내는 심판도 레드카드만큼은 잘 쓰지 않는다며 물리적인 경영 합리화를 반대한 것도 스포츠 정신에 따른 것이다.

다음달 13일~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130차 IOC총회에서 이 회장은 공식 퇴장한다. 이 자리에서 9명의 신규 위원이 선출되며 IOC 위원의 수는 현재 95명에서 103명으로 늘어난다. 총회 후 영국과 스위스는 각각 4자리,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은 각각 3자리를 갖는다. IOC에서 2자리 이상 차지한 국가는 총 20개다.

'스포츠강국' 대한민국의 몫은 1개로 줄어든다. 그나마 '동족' 북한도 IOC에 한 자리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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