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위원회가삼성화재산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교통정책 수립 참여를 문제 삼고 나섰다. 삼성연구소가 기업의 입장만 대변해 공익을 해칠 것이라는 이유다.
교통분야 전문가들의 첫 반응은 "황당하다"다. 교통안전심의위원회의 균형 잡힌 정책을 위해 해당 분야의 민간 최대 연구소를 초청한 것인데 화살의 방향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는 것이다.
심의위에 참여하는 연구기관이 정부 정책에 반하기 어려운 국책연구소 일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일부러라도 삼성연구소를 넣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개혁위 일부 위원이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삼성'이라는 간판에 집착해 엉뚱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 있다.
비슷한 경우를 몇 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참여정부 초반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보고서가 정책 초안으로 활용됐다는 게 과녁이 됐다.
보고서의 신뢰도나 깊이, 비전과 상관없이 당시에도 '삼성'이라는 간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정기업', '특혜의혹', '기업편향' 같은 가시 돋힌 말이 정가와 재계를 휩쓸었다.
언젠가부터 삼성 안팎에선 "삼성이라서 죄송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온다. 투자와 연구·개발에선 초스피드 경영을 자랑하는 삼성이지만 조금이라도 사회현안과 관련된 사안에선 유독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게 이런 문제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9월 말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됐을 때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의 최우선 타깃이 삼성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정부기관과 국내 기업을 통틀어 가장 강도 높게 청탁금지법 교육을 실시한 곳도 삼성이었다. "'걱정병'이 도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1등에 대한 견제는 불가피한 일이다. 정당한 지적과 그에 따른 긴장감은 1등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빗나간 애정은 사기와 의욕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1등이라는 게 죄"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기업의 우수한 자원이 기업 울타리에서 소진된다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아쉬운 일이다. 삼성에 대한 애꿎은 비난이나 삼성 스스로의 지나친 걱정병이 삼성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대외용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지 벌써 4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