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벤처캐피탈업계는 수년간 벤처 재도약을 위해 많은 시도와 노력을 경주했다. 특히 벤처투자 촉진을 위한 통합법 제정은 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벤처캐피탈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벤처생태계의 한 축,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시발점으로 여겨왔다.
국내 벤처캐피탈 관련 법은 1986년 도입 당시부터 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으로 이원화해 30여년 지난 지금까지 유지됐다. 문제는 유사기능간 상이한 법 적용으로 비능률 문제와 경쟁약화를 야기했다는 점이다. 양 법간 규제 차이에 따른 업계의 혼란과 이에 따른 직간접 비용 등은 통합법 제정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변화를 거쳐 성숙단계에 들어선 벤처캐피탈 시장은 그에 맞는 규율체계를 필요로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벤처투자 촉진을 위한 통합법(벤처투자촉진법)을 2018년 새롭게 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법령 일원화를 비롯해 투자 의무비율 완화, 전문인력요건 변경, 해외투자규제 완화, 우선손실충당금 폐지, 투자업종규제 완화, 중견기업투자 허용, SAFE(조건부지분투자)·CN(전환어음) 등 선진 투자방식 도입 등이 대거 담길 예정이다. 이런 내용은 규제차익을 해소하고 투자환경에 적합한 벤처투자를 집중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규제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벤처캐피탈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순수민간조합에 대한 규제는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투자조합의 성격을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으로 구분하고 규제를 차등화해 적용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투자의무비율, 행위제한 등 현행 수준의 규제는 공공영역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더욱 그렇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은 산재한 벤처투자 관련 조항을 통합해 효율적인 제도로 재탄생시키는 역사적인 일이다. 벤처캐피탈이 독립적인 금융산업의 한 축으로 자립하도록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법 제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벤처캐피탈협회장으로서 필자의 어깨는 무겁다. 국내 벤처캐피탈산업이 퀀텀점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협회의 역할 재정립과 기능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그간 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벤처자금 선순환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규모는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상황이며 혁신창업생태계는 훨씬 역동적이 되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2018년은 분명 새로운 벤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성장기세를 몰아 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잘 조화된다면 벤처캐피탈산업도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것이다. 곧 현실화할 통합법 제정은 수년에 걸친 벤처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치열한 논의와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지막까지 벤처투자 현장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 벤처투자 활성화에 불을 붙이고 건강하고 탄탄한 벤처투자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벤처투자촉진법이 제정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