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데 ‘토 단다’고 타박하면 일이 손에 잡히겠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광폭 인사를' 예고한 최근 산업부 직원들의 분위기다. 보직을 맡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람까지 인사 대상자라고 하니 업무를 봐도 집중이 될 리 없다.
9년간 중앙부처를 취재하며 지켜 본 입장에서 공무원 탓만 하긴 어렵다. ‘이 생명은 오직 나라를 위해 있고, 이 몸은 영원히 겨레 위해 봉사한다’는 투철한 신념(공무원윤리헌장)도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약해진다.
경험에 비춰보면 부처 인사 문제는 대부분 조급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발탁한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든, 지켜보는 눈들을 의식해서든 성과를 내야 한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모도원(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을 말한 백 장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화 돼 있는 공직사회에서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영(令)을 세우려 중요 보직에 코드인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면 국민의 공복(公僕)은 장관의 사노(私奴)가 된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인사는 만사이자 망사(亡事)이다.
산업부의 업무 환경은 일반 부처와 다르다. 2000년대 초반 대부분의 규제수단을 놓아 버려 진흥기관으로 성격이 변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업이 정책 수요자여서 업무도 복잡하고 방대하다. 상명하달식 밀어붙이기로는 성과가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산업부는 구성원들의 성향이 개성이 강하고 적극적이다. 과장이 장관실에 쳐들어가 정책에 반론을 한 일도 있었다. 그런 치열한 논쟁 속에 성공한 정책이 많이 나왔다. 장관들도 ‘사고를 쳐도 내가 책임진다’며 그런 직원들을 수용했다.
‘1급은 1년만 해서 1급’이라는 등 인사로 조직을 수시로 흔드는 장관이나, 시스템을 무시한 채 수행비서 교체 안 해 준다고 30년 공직 생활한 후배를 몰아붙이는 본부장으로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중국 춘추시대 오자서는 초나라를 정복한 뒤 원수인 평왕의 시신을 파내 300번의 매질을 하고 ‘일모도원’이라며 그 역리를 정당화했다. 백 장관의 ‘일모도원’은 달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