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륙철도와 한반도 '지리의 힘'

김희정 기자
2018.04.26 03:5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은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다른 나라가 북쪽에서 침략을 해온다 해도 일단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장벽이 거의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로 진입한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5년 이상 국제문제를 다뤄온 영국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2개의 한국으로 찢어진 한반도의 비극이 지정학적으로 일찌감치 예견된 운명이란 요지다. 당사자인 한국인으로선 뻔하고도 화딱지 나는 해석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북한과의 관계만 개선되면 그만큼 해외로 뻗어 나가기 좋은 입지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미 건설주가 급등하고 파주와 연천 등 접경지 땅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상회담 의제에는 남북경협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로 미국의 제재조치가 풀려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이번엔 다른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거점도시 육성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철도는 가장 효과적 경협 카드로 꼽힌다. 굳이 북한과의 교역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일원이 되면 대륙경제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하루 약 300만 톤에 달하는 한국의 수출입 물량이 대륙철도로 수송되면 기업의 물류비가 절감된다. 대륙철도 주변국가의 경제발전에도 큰 보탬이 돼 대륙철도가 진정한 '철의 실크로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륙철도 회원국들의 협력기구인 OSJD(Organization for the Co-operation between Railways)에 한국은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제휴회원으로 가입,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북한의 반대로 실패했다.

OSJD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을 포함해 총 28만km의 노선을 운영하는 북한, 러시아, 중국, 폴란드 등 28개국이 정회원이다. 대륙철도의 교통신호, 표준기술, 운행방식, 국제철도여객운송협정(SMPS), 화물운송협정(SMGS) 등을 모두 관장한다.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얻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1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33차 OSJD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의 정회원 가입은 이번에도 좌절됐다. 각국 철도 대표들에게 한국의 정회원 가입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한 점은 성과다.

공은 오는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개최될 OSJD 장관회의(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넘어갔다. 남북 간 화해모드가 한국의 OSJD 가입으로, 다시 대륙철도를 통한 유라시아 경제권 진입으로 이어질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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