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노조화합, 뒤에서는 노조탄압, 정치인 오 사장은 후안무치 강제전보 즉각 중단하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잇단 철도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명한 지난 11일 서울역에 등장한 피켓문구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 서울고속열차승무지부가 서울역에서 무자격자의 근무투입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인 것.
지나가는 승객의 시선은 싸늘했다. 코레일 내부에서도 시선이 엇갈렸다. 철도노조 홈페이지에는 “주장대로 사장이 퇴진했으니 잔치판을 벌이겠느냐”는 시니컬한 댓글이 주를 이뤘다.
오 사장의 퇴임 변에는 철도노조에 대한 애정이 짙게 깔려 있었다. 철도사고로 안전문제가 불거지며 불명예퇴진하면서도 “불철주야 땀 흘리고 있는 코레일 2만7000여 가족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달라”고 국민에게 부탁하기까지 했다.
코레일 ‘가족’들이 뒤늦게 화답한 것일까. 이날 오후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영식 사장 사표를 반려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1만1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철도공사의 구조조정”이라며 “책임은 기재부와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이 져야 한다. 오영식 사장에게 철도안전을 확보할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밝혔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다시 “이런 사장 다시 만나기 힘들다. 2만5000명 철도인에 가족, 친구, 지인까지 하면 20만도 넘길 수 있다”는 글이 떴다.
사임한 사장을 두고 같은 날 벌어진 양극단의 행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체는 둘 다 코레일 직원들이다.
오 사장은 지난 8명의 사장 중 가장 친노조적 CEO(최고경영자)다. 이런 오 사장 재임 중에도 대치형국이 반복됐고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철도사고가 끊이지 않아 조직이 궁지에 몰린 지금에야 ‘오영식 구하기’에 나선들 손을 들어줄 국민은 없다.
코레일은 KTX 강릉선 탈선으로 다음달부터 철도시설공단과 함께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이례적으로 사고 직후 사고원인과 책임자를 가리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사고 원인이 초기설계나 시공과정, 유지·보수 중 어디에 있든 코레일에 잘못이 없다 단언할 수 없다. 대응과정에서 허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공공기관장은 “코레일 직원들은 문제가 생기면 담당 부서장이 아니라 노조 지부장부터 찾는다”며 “코레일 사장 자리는 노조의 마음을 얻어 수만 표를 얻을 수도 있지만 역으로 노조에 휘둘려 중심을 잃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후임 사장이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