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블랙 크리스마스의 기회

박준식 기자
2018.12.25 17:38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현실에서 사랑의 주도권은 덜 좋아하는 사람이 갖고 있다. 사랑은 권력이다. 마음을 뺏기지 않은 이는 조급하지 않다. 상대방이 급할수록 초연할 수 있다. 반대로 해바라기는 해피엔딩 전까지 내내 고통스럽다.

대통령이 바라던 북 지도자의 답방은 이뤄지지 못했다. 연내냐 내년 초냐가 중하지 않다지만 국정 수행에 있어 우선순위를 가른 변수였으니 상당한 기대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베팅한 것이다. 실망감은 지지율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현상)가 증명한다.

지난 석달간 발생한 내치의 공백이 반대급부처럼 경제계에 적잖은 숙제로 쌓였다.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던 청와대 수석은 학계로 돌아갔고, 동시에 시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던 부총리도 사실상 동반 퇴임했다.

아이러니는 대립이 사라지면서 색깔도 모호해진 것이다. 새 부총리가 경제 정책의 원톱이라는데 '구구절절'한 취임의 변은 방향성보다는 인생사로 읽힌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이끌겠다는 답변은 그 이상적인 의미만큼이나 추상적이다. 오히려 "부동산은 끝났다"는 새 정책실장의 논조가 명확하다.

우리 앞엔 포용이란 두루뭉술 무딘 칼로 끊어낼 수 없는 얽힌 실타래가 수두룩하다.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도 성공한 공유차 서비스를 두고 정쟁을 하고 있다. 아이들 보육을 위해 쓰라던 세금을 가로챈 이들에게도 정치인들이 들러붙었다. 첨예한 이슈마다 본질과 무관한 이념논쟁이 끼어든다.

시장의 추락은 이러한 이념의 블랙홀을 반영한다. 건전한 논쟁과 신속한 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자의 놀이터가 됐다. 한 해에 60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국내 대표기업 주가가 푸대접받는 현실이 증명한다. 건수만 생기면 사정기관마다 기업을 압수수색을 하니 외인들이 더 잘 안다. 정치가 기업을 어떻게 대하는지 말이다.

5000만원 넘는 연봉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현실은 기업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틀림없다. 경제가 누구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비판하는 건 대부분 어림없는 선동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정책 수반에는 책임이 지워져야 한다. 세계증시와 유가가 블랙 크리스마스를 맞은 것이 트럼프의 폭주로 지적되듯이 말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거대한 외생변수가 우리에게 어쩌면 호기일 수 있다. 일단의 갈피를 시장 동조화 방어로 잡을 수 있어서다. 사분오열된 국력은 경제위기 앞에서 집중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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