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중심에 있는 2년된 신축 아파트 단지. 4단지 1900여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고정형 전기차 충전기 구역'이 있다. 2016년 6월 이후 5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소 의무 설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주차장 각 층마다 5개의 충전기가 구비된 이 공간에 전기차는 단 1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내연기관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돼 있다. 내연 차량이 이 구역 주차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고, 아파트도 공지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전기차 충전을 하지 않아 충전기들은 '유휴' 상태다.
한국 특유의 아파트 문화와 이로 인한 전기차 주차 갈등을 예지하고 전기차를 사지 않는 것일까. 서울 시내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인데 왜 전기차를 사지 않고, 실제 충전도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배터리가 동력원인 순수전기차(EV)는 올해 1~11월 전국에서 2만7970대(완성차 5개사 기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기차 판매를 합치고 아직 나오지 않은 이달 판매량을 더하면 연 '3만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완성차 국내 판매량(140만6680대) 중 2% 가량은 된다.
작년 전기차 1만여대 판매량과 비교하면 관공서 할당 수요가 아닌 개인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정부의 2018년 전기차 판매 목표인 '5만6000대'에는 훨씬 못미친다.
충전 인프라 확충이나 홍보도 제대로 안하면서, 최근 정부는 공격적이다 못해 무모한 친환경차 확대 대책을 내놨다. '목표를 높게 잡아(aim higher)'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자는 건지, 무모한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전기차는 43만대, 수소전기차는 6만5000대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당초 2022년 보급 목표는 전기차가 35만대, 수소전기차는 1만5000대였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22년 10% 이상으로 높인다고 했다. 2022년 글로벌 친환경차 생산 비중(약 5%)의 2배다. 일반 대중의 친환경차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하게 높은 보급 계획은 자동차 제조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보급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인 재원과 계획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