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래진료가 오전에만 103명이었어요.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7시간 넘게 턱뼈를 잘라내고 재건하는 고난도 구강암 수술의 권위자인 한 치과대학병원 교수가 갈수록 외래진료가 힘들어진다며 한 말이다.
수술을 하는 치과대학병원 교수는 1주일에 2~3일 수술을 하고 2~3일은 외래진료를 본다. 고난도 수술을 매일 할 수도 없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살피고 수술 후 경과도 봐야 하기에 외래진료를 안 볼 수도 없다.
문제는 질환의 경중을 떠나 일부 교수가 너무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이다. 외래진료는 오전과 오후 4시간씩인데 오전만 100명이면 1인당 진료시간이 2분 남짓이다. 환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기도 어렵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속내다.
과거에도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환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있었지만 2018년 1월1일 선택진료제도(특진제)가 폐지된 후 한층 심화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선택권과 접근성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특진제를 폐지했다. 그 결과 교수와 레지던트의 진료·치료비가 같아졌다.
비용을 더 내더라도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싶었던 환자들은 특진제 폐지 후 수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교수를 선호한다. 같은 값이면 누구나 경력이 많고 유능한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환자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이나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우선 진료의 질이 떨어진다. 너무 많은 진료가 몰리는 탓에 환자가 증상을 충분히 전달하거나 궁금한 것에 대해 문의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 의사들은 갈수록 피로도가 쌓여 퉁명스러워지기 일쑤다.
유능한 의료진 양성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치과의 경우 대부분 수술을 동반하기 때문에 교수에게 치료가 쏠릴 경우 레지던트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레지던트 시절 환자를 거의 치료해보지 못한 개원의가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레지던트가 교수 옆에서 차트를 들고 본다고 경험이나 경력이 쌓이지 않습니다. 직접 환자를 치료해야 실력이 쌓이죠. 사랑니 발치 등 작은 수술은 레지던트가 하고 구강암 등 고난도 수술은 교수가 하는 식으로 진료 난이도에 따라 담당 의료진과 진료환경이 달라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레지던트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쉬운 수술은 레지던트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과 의료계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현재 시스템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