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5층에는 '문답실'이 있다. 불공정거래 혐의자를 불러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장소다.
'수사실'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금감원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본시장의 검은 세력들은 금감원의 호출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문답실에 와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위임을 받아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조사 실무를 맡고 있지만, 혐의자의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매매분석, 금융거래정보 요구(계좌추적), 출석요구에 따른 문답조사, 자료제출요구 등 임의조사 수단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전 세력이 뻔한데도 잡지 못할 때 정말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이 처음부터 '물방망이'였던 것은 아니다.
2002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증선위에 압수, 수색 등 강제조사권한이 부여됐고,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내에 강제조사를 전담하는 조사기획과가 신설됐다. 조사기획과는 모두 금감원 직원이었고, 이들은 압수, 수색 등 강제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사공무원을 겸임했다. 또 불공정거래의 조사 수단으로서 영치권 및 현장조사권이 금감원장에게 포괄 위탁됐다.
그러나 2004년 감사원 감사 시 민간기구인 금감원이 조사공무원을 겸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에 따라 2005년 겸임이 해제됐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영치권과 현장조사권도 금융위원회 소속의 조사공무원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오는 5월부터 금감원 직원에게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업경찰(특사경) 제도가 가동된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활동범위는 제한됐지만, 10년 만에 금감원의 손에 '무기'가 쥐어졌다.
이미 금감원은 조사국 직원 10명을 특사경 후보로 선발했고, 추천권을 쥔 금융위에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주 금감원 내 특사경 사무실 설치 공사도 시작한다.
특사경의 사법경찰권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악질 주가조작 사범을 신속하게 잡을 수 있지만, 억울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칼은 잘 쓰면 우리 삶에 유용한 도구지만, 잘못쓰면 흉기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이 특사경을 '제대로' 사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