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21번째 대책은 또 '핀셋규제'가 아니길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0.06.12 06:23

방사광가속기 건설이 결정된 청주 집값이 최근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가 잇따랐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사실과 다르다. 방사광가속기가 기름을 부은건 맞지만 청주 집값은 이미 그전부터 뛰고 있었다.

전국구로 뛰는 갭투자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청주로 몰려왔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무섭게 청주 아파트를 사들이던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강원, 제주 빼고 전국에서 왔다. 20대에서 80대까지 있었다. 서울에서 버스 2대로 내려와서 미분양 아파트를 싹쓸이했다. 3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3억원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샀다. 자고나면 피(분양권 프리미엄)가 1000만원씩 붙었다.”(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생생한 현장 얘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지나간 흔적은 숫자로 확인된다. 청주는 2016년 10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청주의 5월말 미분양아파트는 31가구에 불과하다. 한때 1500가구 넘었던 미분양관리지역이 맞나 싶은 숫자다. 그리고 그들이 3000만원 주고 산 3억원대 아파트는 지금 호가가 6억원대로 올랐다.

대전, 천안을 거쳐온 그들은 청주를 지나 구미, 포항으로 간다고 했다. 인터넷의 유명 부동산 카페에 검색해 보니 이미 구미 투자사례들은 넘쳐났다. ‘청주를 꺾은 구미’, ‘구미 분위기 급반전’ 같은 글들이었다. 구미 역시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줄고 있다. 다음은 경주라는 글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투자 방식이지만 사실 그들은 이전부터 있었고, 그들 사이에선 일반적인 투자다. 무슨 대책을 써도 틈새를 노려 투자에 나서는 이들은 사실 정부 정책의 주 타깃도 아니었다. 정부는 이런 투자가 일반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불행하게도 이런 식의 갭투자는 전문 투자자들이나 지방의 비규제지역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매입 거래 중 ‘임대목적’이 2만10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86건 대비 125% 급증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고 있으니 정말 임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늘어날 이유는 없다. 결국은 전세끼고 집 사는 ‘갭투자’가 이만큼 늘어났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다.

2030세대들이 이런 갭투자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임대목적의 주택매수는 20대가 작년 1~4월 416건에서 올해 1199건으로 188%, 30대가 2327명에서 6297명으로 170% 증가했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와 강남을 대책의 주 타깃으로 삼아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차 목표는 강남”이라며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강남을 잡으면 다른 지역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12·16 대책 이후 강남 집값은 하락전환했고 서울 집값 전체도 하락세를 보였다. 대책의 효과인지, 코로나19 불안감인지 불분명하지만 어쨋든 서울 집값은 3개월 동안 안정됐었다.

하지만 강남을 안정시켜 얻으려던 파급효과가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강남 집값 하락 기간 동안 전국구 투자자들은 전국을 누비며 순차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다. 일반인들까지 대출받아서 투자하지 말라고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갭투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게다가 이제 서울 집값마저 반등했다. 주택 수에 따른 규제(9·13 대책), 집값에 따른 규제(12·16 대책) 모두 일시적 효과를 내는데 그쳤다. 다주택자(주택수)와 강남(집값)을 타깃으로 한 대책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자,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의 타깃을 수정해야 될 때가 아닌가. 서울 집값이 반등하자 정부는 곧바로 추가대책을 예고했다. 21번째 대책은 부디 ‘핀셋규제’라며 대출규제, 규제지역을 적당히 확대하는 대책이 아니길 바란다.

김진형 금융부 /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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