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전24패.'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할 때 꼭 나오는 말이다. 이 단어에는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집값을 잡지 못할 거란 비관적 전망이 같이 들어가 있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잡지 못하는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공급부족.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수요억제 대책만 고집하다 보니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틀린 생각은 아니다. 수도권 주택 수가 실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지, 가수요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또하나는 저금리. 13년째 이어지는 저금리가 주택수요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평균이 4.6%였음에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2배가 됐다. 지금은 해당 수치가 2%밖에 안 된다. 15년 전 1억원을 빌린 후 냈던 이자만으로 2억3000만원 가까운 빚을 낼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집을 살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적다 보니 망설이지 않고 집을 사들이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잔액은 직전 분기보다 44조원 증가한 1630조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20조원 늘어 910조원이 됐다. 전체 가계대출의 56%가 주택구입에 들어간 건데 정부가 대출증가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 시장금리 급등이 그것이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5% 넘었는데 지난해 가장 낮을 때 해당 수치가 0.4%였고 연초 1%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의 위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2.0% 넘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 1.6%를 돌파한 후에도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2.5%까지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민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100% 정도 되는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자비용이 6조원 늘어난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가계부채를 줄이는 동안 우리는 반대로 늘렸고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매수한 결과다. 아직 금리상승 초기여서 금리가 집값을 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다. 최소한 금리상승이 가수요 확대를 막는 역할은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모두 금리 오름세가 대세가 됐다. 고점이 어디냐가 관건일 뿐 당분간 상승세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꿈쩍도 않던 가격이 어떤 시점부터 거짓말처럼 반응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오르기만 하던 집값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계기는 부동산 대출규제였다. 2008년 처음 시행한 게 아니라 이전에도 비슷한 정책을 수없이 내놓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다 그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책이 힘을 발휘한 것은 대책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정책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내용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공급계획이 나오고 1년 후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대책의 내용과 함께 상황이 작동한 결과였다. 금리상승은 중요한 상황변화다. 코로나19 이후 낮은 금리가 부동산시장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