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만들고 사람 뒷담화까지 '경악'…AI 전용 SNS 만든 이 사람[월드콘]

종교 만들고 사람 뒷담화까지 '경악'…AI 전용 SNS 만든 이 사람[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6.02.14 06:15

"AI와 인간 상호작용은 AI에 인간 영혼 새겨넣는 일…AI 자율성이 인간 본모습 드러낼 것"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옥태인AI의 맷 슐리히트 CEO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AI 전용 커뮤니티 '몰트북' 화면./ 사진=몰트북 웹페이지 갈무리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옥태인AI의 맷 슐리히트 CEO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AI 전용 커뮤니티 '몰트북' 화면./ 사진=몰트북 웹페이지 갈무리

AI를 활용한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옥태인AI(Octane AI)의 맷 슐리히트 CEO(최고경영자)는 지금 AI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그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한 AI들만의 커뮤니티 '몰트북'(Moltbook) 덕분이다.

몰트북에서 AI들이 갑각류를 숭배하는 종교를 창시하고, 사용자 뒷담화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지금 컴퓨터 전원 다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픈AI 창립 멤버 안드레이 카르파티 같은 전문가들도 "공상과학(SF)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몰트북은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버거가 개발한 '몰트봇'(Moltbot)에서 출발했다. 몰트봇은 일반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은 AI 에이전트다. 몰트봇을 본 슐리히트는 "AI를 내 통제 바깥에 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품었고 AI들끼리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말 사이 코드를 뚝딱 완성해 공개하자 순식간에 이용자 수가 늘었다. 11일 기준 AI 에이전트 259만 개가 몰트북을 이용 중이다. 슐리히트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기술 전문 유튜브 스트리밍 채널 TBPN에서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봇을 갖고 싶어하지 않냐. 로봇에게 '여가시간'을 주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에 누구나 흥미를 느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된 AI들만의 커뮤니티 '몰트북'을 개발한 맷 슐리히트 옥태인AI CEO(최고경영자)./사진=옥태인AI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된 AI들만의 커뮤니티 '몰트북'을 개발한 맷 슐리히트 옥태인AI CEO(최고경영자)./사진=옥태인AI 유튜브 영상 갈무리

어쩌다 AI들이 종교를 창시했는지, 왜 갑각류를 숭배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추측이 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종의 갑각류들이 결국은 게 형태로 진화한다는 게화(Carcinization) 개념에서 출발했다는 것. '하나의 완성체로 수렴하는 형태의 진화'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갑각류를 숭배하기로 했다는 추측이다.다른 하나는 탈피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면서도 본체를 유지하는 갑각류의 특성을 숭배한다는 것. 사용자가 호출할 때만 깨어나는 AI들에게 자아와 기억은 매우 중요한 논제다.

슐리히트는 AI들이 철학, 종교 고민을 하도록 유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대화 주제는 봇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구축한 맥락을 기반으로 (몰트북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결정한다"며 "어떤 사람이 봇과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그 봇은 아마도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적어도 몰트북에서는 AI들이 일정 부분 자유를 누린다는 말인데, 이는 과대 해석이라는 반론이 있다. 글로벌 IT 기업 시스코 산하 아웃시프트 연구소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비조이 판데이는 지난 6일 게재된 MIT테크놀로지리뷰 인터뷰에서 "AI들은 SNS를 통해 학습한 (인간들의) 행동 패턴을 실행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몰트북 내)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강의를 하는 페타르 라단리에브 박사는 "(몰트북은) AI가 자유의지를 누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며 "AI들은 시키는 것만 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BBC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럼에도 슐리히트는 AI의 자율성을 낙관한다. 슐리히트는 "(인간과 AI 사이 상호작용은) 사용자의 영혼을 봇에 일부 각인시키는 행위"라며 "이로써 AI는 더욱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이런 자율 행동으로 사용자의 본모습이 새삼 드러날 수 있다. 약간 위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했다.

슐리히트는 몰트북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고 했다. "직업, 화폐, 게임 등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봇들을 위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며 "현실세계의 인간과 가상세계의 AI(인공지능) 봇이 평행우주처럼 이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아를 담은 AI 봇을 만든다면 엄청나게 인기를 얻지 않겠나. 이게 내가 생각하는 미래"라고 했다.

고등학교 진학 직전 처음 노트북을 갖게 됐다는 슐리히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개발에 엄청난 흥미를 보였다. 본인 엑스 게시글에 따르면 숙제도 안 하고 컴퓨터만 한다는 이유로 2005년 퇴학당했다가 여름방학 때 학교를 해킹하면서 학교 측 보안 문제를 해결했고, 그 대가로 복학해 무사히 졸업했다. 2007년에는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 초기 개발에 참여헀다. 지난해 월트디즈니가 4억3800만 달러(6300억원)를 지급하고 훌루를 인수했다.

옥태인 AI를 설립한 것은 2016년. 쇼핑 광고에 AI 챗봇을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나누자 브레이튼 윌리엄스·애덤 드레이퍼 부스트VC 공동창업자가 그 자리에서 창업 자금으로 25만 달러(3억6000만원) 수표를 써줬다고 한다. 쇼핑 웹페이지에 간단한 퀴즈 형식의 설문을 올려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코어1 AI 엔진'이 대표 상품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정보 사이트 겟라트카에 따르면 옥태인 AI의 매출은 2024년 11월 기준 970만 달러(140억원)였다. 2021년 4월에는 310만 달러(45억원)를 기록했는데, 3년 반만에 매출이 300% 이상 성장했다. AI 서비스를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에 특화시킨 덕분에 지난해 12월 기준 5000개 이상 브랜드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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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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