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ESG 열풍에 중국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각종 ESG 정책을 더욱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이유는 유럽에 이어 미국의 바이든정부도 ESG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투자는 물론 중국의 경제·금융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SG는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라는 3개의 투자기준을 매개로 글로벌 큰손의 투자자금과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업 이미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현재 미중 패권전쟁 중인 중국이 ESG로부터 외면받으면 자칫 미국이란 일개 국가가 아닌 전세계 시장과 싸워야 하는 힘든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 첫째, ESG의 E(환경)에 중점을 두는 강력한 '탈(脫)탄소정책'이다.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앞으로 30년간 친환경산업에 100조위안(약 1경7000조원), 연평균으론 560조원씩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연평균 투자액 187조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야심한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전력생산에서 2018년 기준 6%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엔 20%, 2050년엔 60%, 2060년엔 100%(탄소중립)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둘째, 전국적인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11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방 탄소배출권거래소(베이징, 톈진, 상하이, 충칭 등 7개) 상태다. 그 결과 지역의 산업 여건을 반영해주는 이점은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이산화탄소 총거래량은 4억4000만톤, 거래금액도 104억7000만위안(약 1조8000억원), 연평균 1800억원의 소규모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6월 말부터 가격변동단위, 매매단위, 거래시스템 등을 통일시켜 전국단위의 거래소를 오픈할 예정이다.
셋째, 중국 나름의 표준 ESG 평가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정책 포인트다. 지난해 12월 중국 경제정보원과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 공동으로 'CN-ESG 평가 기준'을 발표했는데 의도는 중국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ESG 평가기준 개발을 통해 현재 미국 중심의 평가기준 적용에 따른 불이익에 적극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ESG 공시를 유도하겠다는 것. 예컨대 중국의 오전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근무하는 '996 문화'는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글로벌 ESG 평가에서 대단히 부정적이지만 1인당 소득 1만달러의 중국경제를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아무튼 중국 정부의 ESG드라이브에 따라 대표 은행 중 하나인 흥업은행(興業銀行)이 소위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하고 중국기업의 ESG공시가 지난해 기준 CSI300(상하이·선전거래소 300대 기업)의 85%까지 늘어나는 양상이다. 적도원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환경훼손이나 인권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ESG 협약의 대표사례 중 하나. 하지만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부동의 1위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는 점, ESG 펀드 규모가 미국의 10%, 경제성장단계와 사회구조상 미국 대비 S(사회)와 G(기업지배구조)의 평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은 부담이다. 시장 일각에선 ESG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신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