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반영한 글로벌 투자재원이 2020년 1조달러를 넘어섰지만 투자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ESG 평가기준은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 동일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평가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 되면 규모가 큰 투자자는 자체 기준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평가기준의 난립이고 기업들은 난감해진다.
2020년 기준으로 약 600개 ESG 평가기관이 있다. 신용평가와 기업지배구조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이 이들 중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업계가 정비되고 있다. 한 전문기관 집계에 따르면 ISS와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를 포함한 약 10개 평가기관이 시장을 선도한다. 블랙록을 포함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주요 고객이고 자산운용사들은 통상 2개 이상 평가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다.
ESG 평가기준은 아직 법정 사안이 아니어서 평가기관들이 공개하는 평가기준과 결과가 상호작용하면서 기준이 정비되고 서서히 통일돼간다. 평가기준의 통일성 결여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혼란스러운 것으로 보이는 평가기준의 다양성이 오히려 견고한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평가기관도 출현했다. 통상적인 평가기관들이 기업공시를 중심으로 평가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AI를 활용하는 평가는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한 기업 외부 자료를 주로 활용한다. AI 기반 평가는 시의성과 업데이트에 강한 반면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ESG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소한 신용평가기관 규제에 대비되는 ESG 평가기관 규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이 움직임을 주도한다. 아직은 평가기준에 대한 규제보다 투명성 규제가 초점이다. 물론 ESG 평가는 소요비용을 기관들이 부담한다. 평가대상인 채권발행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신용평가와 다른 점이고 이해상충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
평가기준이 다양한 것은 평가대상 기업들의 사업과 평가의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건설사처럼 평가기관과 함께 독자적 평가기준을 개발해 협력사들의 ESG를 측정하는 사례도 있다. 건설업에 특화된 ESG 평가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가기준은 친환경 자재구매, 온실가스 배출, 환경법규 위반 등 환경부문 항목과 중대재해 여부, 안전시스템, 근로조건 준수 등 사회부문 항목, 지배구조, 채무불이행, 회계투명성 등 지배구조부문 항목으로 구성되고 협력사들의 안전관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리 조직·시스템 등 안전관련 평가항목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였다고 한다.
ESG는 조금 과장해서 쉽게 표현하면 '착하게 살자'의 기업 버전이다. '착하다'는 것에 표준적, 정량적 기준이 없듯이 ESG도 마찬가지다. 또 제시된 기준만 충족하는 것으로 착한 기업이 된다면 좀 더 착해주면 좋을 기업이 무늬만 착한 기업이 될 위험도 있다. ESG는 그 본질이 정성적이다. 그 평가와 기준에 과하게 집중하면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