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자화자찬의 암울함[광화문]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1.08.18 05:30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문재인 대통령)

"국민 3700만명, 9조2000억원 의료비 혜택 받았다."(보건복지부 보도참고자료)

문재인 대통령의 주력사업중 하나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4주년을 맞은 정부는 그간의 성과가 자랑스러웠나보다. '성과 보고대회'를 열었고 얼마나 훌륭한 정책인지 자화자찬했다.

지난주 복지부가 내놓은 5매짜리 보도참고자료엔 정책 시작후 4년간의 찬란한 성과가 빼곡히 적혔다. 내년까지 추진할 장미빛 미래도 제시했다.

한치의 오류도 없다는 이 놀라운 성과가 정부는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대형병원 쏠림', '건보료 누수', '실손의료보험 부담 증가' 등 외부의 지적이 많은 부작용에 대해선 그 어디에도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9조2000억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고 했지만 누가 이 재정을 부담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9조2000억원이 돈이 땅에서 솟았을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돈은 직장인의 건보료에서 나왔다. 올해 직장인 건보료율은 2017년 대비 약 12.1%(6.12%→6.86%) 가량 뛰게 됐다.정부 재정 지원은 2017년 6조9000원에서 2021년 9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건보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2018년 말 20조6000억원이었던 건보 누적 적립금은 2020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우려에 대해선 자신들에 불리한 자료를 분칠하는 이른바 통계 마시지도 등장했다.

복지부는 건보재정 준비금이 2019년 종합계획 수립 당시 예상한 14조7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가량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수조원이 줄었지만 마치 수조원이 늘어난 듯 보이는 착시효과를 연출한 것이다.

정책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최대한 예측해야 하지만 모든 정책이 의도대로 되란 법은 없다. 제대로된 정책입안자라면 정책의 성과보다 정책의 부작용을 발견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분명 결과에 대해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책의 명과 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인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성과를 자랑하는 보도자료라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단 한글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잘못된 확신이 이끌어낼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방역분야에서도 정부의 변명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조달에서 그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방역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8월에 대규모 백신 위탁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신 도입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여론이 들끓던 시기였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직 시제품 생산도 못하고 있지만 그 발언을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백신 조달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의 CEO(최고경영자)와 화상통화까지 해가며 조달했다는 2000만분의 백신은 극히 일부만 국내로 들어왔다. 예정대로라면 수백만병의 백신이 더 들어와야하지만 언제 이 물량이 들어올 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다.

모더나 뿐 아니라 여러 백신 조달에 있어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잘 못을 했다고 반성하는 이는 없다. 복지부는 최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코로나19 국산 백신 개발을 총력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30억원에 불과한 반면, CEPI(감염병대응혁신연합)와 빌&멜린다게이츠재단(빌게이츠재단)의 지원은 2450억원에 육박해 우리 정부가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한 변명이었다.

정부의 해명은 앞으로 백신 개발에 간접적인 지원을 하겠단 것에 불과했고, 선제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을 교묘하게 감추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반성이 없이는 발전도 없고 미래도 어둡다. 그 주체가 정부라면 더욱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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