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실행 방안이나 지원책을 마련할 때 구상 단계에서부터 산업계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여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해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 위주로 틀을 만들고 그 다음에 업계 이야기를 듣는다면 현실적 방안을 도출하기에 너무 늦어질 수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내놓기 약 한 달 여 전, 한 산업계 관계자가 조심스레 털어놓은 우려다. 지난 5일 우려는 현실화됐다. 시나리오 초안 공개 후, 실제 목표 달성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될 철강, 화학, 정유 등 산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취합한 결과, 목소리 톤 조절은 했을지언정 속 뜻은 '혹평'에 가까웠다.
"꾸준히 발전해 나가야 하는 기업 현실을 감안한 건지 모르겠다"거나 "수많은 가정들이 전제돼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인데 만일 궤도 이탈시에 책임은 누구에게 질 것인가"와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의도와 취지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한마디로 현실성이 크게 부족하단 지적이었다.
일례로 정부는 국내 탄소 배출 1위 업종인 철강업에 대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탄소배출량을 95% 줄이겠다고 했지만 기술 개발 초기단계여서 아직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의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시 탄소배출은 줄지만 아예 만들지 못하는 철강 제품 종류도 있다.
생산과정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주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역시 많은 정유화학 업체들이 뛰어들곤 있으나 아직 상용화 전이다. 정작 추출한 탄소를 저장할 곳이 국내에는 충분치 않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이 많은 기술들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확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업계에는 큰 숙제다. 이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R&D 예산 지원 뿐 아니라 국경을 넘은 협력 등 정부로부터의 '획기적 지원책'이 함께 나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은 업계 우려를 더 가중시킨다. 아무리 거창한 목표여도 실제 이루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기업 경쟁력을 해치는 수준의 목표 설정도 위험하다. 정부는 향후 약 2개월 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다 세심한,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와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