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지포인트와 좀비매미

김평화 기자
2021.08.23 03:33
곰팡이에 감염된 매미의 배 부분이 노랗게 변한 모습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 전신)의 재무제표를 지난 주 입수했다. 머지포인트가 금융당국의 재무제표 제출 요구를 그동안 왜 거절해 왔는지 알 만했다. 말이 안되는 재무제표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빚'만 늘었다. 3년동안 300억 넘는 부채가 쌓인 자본잠식 상태. 좀비 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채권단 지원으로 숨을 이어가는 기업을 말한다. 머지포인트는 이보다 못했다. 변변한 투자를 받은것도 아니고, 순전히 '20% 할인'을 기대하며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들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폰지 사기인가, 혁신인가. 머지포인트는 '혁신'을 주장한다. 이용자가 쌓이고 플랫폼이 자리잡으면 '우버'같은 거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사업을 홍보했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20% 할인'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혁신이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쓰면 안 될 '고객돈'을 썼다. 이 사업모델을 전적으로 신뢰해 줄 엔젤투자자의 투자금을 썼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 머지포인트 경영진은 회삿돈, 아니 고객돈으로 뚜껑이 열리는 수입차 여러대를 굴리며 150평짜리 여의도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자신감이 과했다. 회사 장부에 수백억원 대 빚이 쌓이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것일까.

지난해 미국에 등장한 '좀비매미'가 오버랩된다. 기생균류의 일종인 '매소스포라'는 수컷매미를 숙주로 삼는다. 감염된 매미의 몸속엔 곰팡이가 자란다. 몸의 3분의2 정도를 갉아먹는다. 곰팡이에 지배된 매미는 살아 있어도 거의 죽은 상태다. 이 좀비매미는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수컷매미를 유혹, 짝짓기를 시도한다. 좀비매미에 현혹된 수컷매미는 결국 같은 처지가 돼버린다.

말이 안되던 걸 가능하게 하는 게 혁신이라지만, 머지포인트는 방법이 틀렸다. 자본잠식으로 이미 좀비기업이 됐는데, 고객돈을 '숙주'삼아 사치를 부렸다. '머지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투자유치에 성공해 또다른 좀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가능하게 한다고 해서 그 전부가 혁신이라고 불릴 수는 없다.

김평화 증명사진 /사진=김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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