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늦은 저녁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 회의장. 법사위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이미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 내용까지 수정하거나 심사 기한을 연장해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탓이다.
야당은 상임위에서 언론중재법 등 논의 없이 날치기 된 법안들에 대해 법사위가 마지막으로 내용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반대했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기 전 위원장 권한을 다 빼고 주려 법안을 추진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여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올라온 법안"임을 강조했고, '상원 상임위'에 대한 폐단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촌극은 다음 날 새벽 4시가 다 된 시각 일어난다. 여당은 야당 없이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 자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됐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
민주당은 그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주요 조항마다 위헌 지적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면피성 수정을 했다. 그런 조문마저 법사위에서 세상이 조용히 잠든 시각 급하게 문구를 변경했다. 여당은 체계·자구 심사라 강변했지만, 법 남용의 여지를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개악이란 비판을 받았다. 앞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 시킬 때 그렇게 강조했던 '상원의 갑질' 행태를 재현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둘러싼 또 다른 촌극은 27일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도 고스란히 벌어졌다. 국제 언론계의 강도 높은 비판에 민주당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런데 외신의 개정안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신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외신도 포함되는데 문체부가 다른 안내를 한 것 같다'고 갈팡질팡하며 빈축을 샀다. 결국 30일에서야 등록 않고 특파원만 파견했으면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외신은 대부분 특파원만 파견하고 있다. 자신들조차 최종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헷갈리는 얘기를 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내부에서 강행 처리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어느 새 반대 의원들이 10명에 달한다. '언론 10적'에 대한 강성당원들의 '문자 폭탄' 세례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가짜 뉴스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고, 피해 본 사람들에 대해 보상해주겠다' 이에 반대할 이는 없고, 언론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잉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의 측면에서 위헌 소지가 높은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강행 시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고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것도 자명하다. 소송 제기자에서 이른바 '권력자'들을 제외 시켰다지만, '봉쇄 소송'의 목적 자체가 꼭 재판에서 이기는 데 있지 않다. 패소해도 당장 보도 지연이나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소송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경험칙이다.
'일단 통과시키고 부작용이 생기면 보완한다'는 논리도 무책임하다.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당장 소송이 벌어지면 언론의 자유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수 정당은 물론 정의당, 나아가 진보 언론 유관단체들, 법조계 마저 모두 반대한다.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안이다. 심각한 후유증이 명약관화하다. 그만큼 충분한 검증과 토론 등 사회적 숙의를 거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왜 이리 '8월 내 처리'라는 무리수를 두는 걸까. '검수완박'을 시도했다 낭패를 봤다. 이제 강성 지지층을 달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건지… '피해자 구제 강화'라는 선의가 의심 받고, 집권 여당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것이란 비판을 받는 것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오죽하면 위헌판정을 받으면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들어간 비용의 다섯 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웃픈' (웃기면서 슬픈) 얘기까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