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디폴트옵션 통과' 숨은 주역 금융투자협회

구경민 기자
2021.12.16 03:41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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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디폴트옵션 제도를 추진한지 7년여 만이고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내놓은지는 11개월 만이다. 연내 국회 통과로 이듬해 6월부터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1~2%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디폴트옵션 도입 필요성이 수년동안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업계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는 '숨은 주역'이라 할 수 있다. 금투협은 디폴트옵션 도입이 더이상 미뤄져선 안된다는 판단 아래 연내 통과를 위해 '4가지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첫째 전략은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 이전에 디폴트옵션을 먼저 추진했다는 점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란 한 회사 단독으로, 또는 여러 회사가 연합해 설립한 수탁법인이 퇴직연금 제도 운영 및 관리를 전담하는 제도다. 수탁법인에 참여한 전문가나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엔 많은 소요시간이 필요하다. 사업자 및 근로자의 현실 등을 파악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투협은 디폴트옵션 만이라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데 주력했다. 1% 수익률 퇴직연금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고 자원을 '집중'한 금투협의 판단이 통했다.

두번째 전략은 '명분'을 앞세운 점이다. 디폴트옵션에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다. 여야도 갈등을 빚었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두고 대립각을 펼치면서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금투협은 금융회사의 이익에 앞서 '가입자, 국민'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 재산 증식'을 금융회사 공동의 목표로 거듭 제시했다.

세번째 전략은 '양보'다. 여야의 갈등으로 디폴트옵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나재철 금투협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를 택했다. 나 회장은 지난 7월 간담회를 열고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한 디폴트옵션 도입을 촉구했다. 디폴트옵션 도입과 관련한 국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금투협이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하는데 반대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결국 이달 초 여야도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넣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합의했다.

마지막 네번째 전략은 '실행'이다. 모든 내용이 완벽해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금투협 임직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 보좌관들을 설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 임직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발로 뛴 것은 처음 볼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해 디폴트옵션이 통과된 것을 두고 금투협의 숨은 공이 컸다는데는 토를 달기 힘들어 보인다. 추가적인 세부 내용을 잘 가다듬어 디폴트 옵션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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