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내년 경제의 복병 공급난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1.12.23 02:04
이종우 경제 평론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나온 인플레 관련 발언을 보면 연방준비제도는 여전히 공급병목 현상에 주목하는 것 같다. 11월에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6.8% 상승한 원인의 상당 부분이 공급난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경제를 전망할 때 공급난이 언제쯤 해소될지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공급난이 얘기될 때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왜 공급난이 발생했을까?'다. 공급난이 흔치 않은 일이다 보니 원인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강 이렇게 정리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에 나섰다. 질병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고, 경제가 언제 정상이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생산과 재고를 줄여 생존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대책의 하나로 가계에 보조금을 지원한 덕분에 주문이 폭주했다. 유례없는 저금리정책과 유동성 공급도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주문이 폭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소비증가가 일시적이므로 수요에 맞춰 생산시설을 늘릴 경우 특수가 사라진 후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재고를 털어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는데 그쳤는데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대응능력이 떨어져 공급난이 발생했다.

이렇게 보면 공급난은 누구의 판단 착오도 아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가계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악화한 건 정부가 너무 많은 지원을 해줬기 때문이다. 공급난이 갑작스러운 수요증가로 발생한 만큼 앞으로 공급난 해소도 자연적인 수요감소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럼 공급난은 언제쯤 해소될까?

인플레의 상당 부분이 공급난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는 만큼 앞으로 물가를 전망하기 위해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공급난을 불러온 요인은 순환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상품과 원자재, 물류난이 순환적인 요인이라면 인력난은 구조적인 요인이다. 상품공급이 잘 안 되고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건 수요가 줄면 정상이 되지만 인력난은 쉽지 않다. 교육받은 적정인력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순환적 요인에 의한 공급난은 내년 상반기쯤 수요가 줄어들면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했던 가계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올해 중반에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반면 구조적 요인에 의한 공급난은 해결이 쉽지 않다. 저임금 노동자는 정부 지원으로 저축이 늘어 직장 복귀가 늦어지고 있고, 고임금 노동자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급난이 경제, 특히 인플레에 큰 영향을 준 게 사실이지만 모든 인플레가 공급난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면 안 된다. 인플레는 공급부족뿐만 아니라 과다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그만큼 뿌리가 깊다는 얘기인데, 이를 무시하고 공급난이 해소되면 인플레가 사라질 것이라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난이 계속 문제가 되겠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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