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관련 흉기 난동 사건은 우리 사회에 경찰의 임무와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장에 두 명의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가해자가 흉기로 피해자를 공격해 뇌사상태에 빠뜨리는 상황을 막지 못해 경찰의 범죄 대응능력에 대한 불신이 초래됐다.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찰관은 범죄가 발생해 현장에 출동하게 되면 국민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적극적으로 범죄자를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은 교육·훈련의 부족과 장비 사용에 있어서의 자신감 결여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경찰관들이 권총과 테이저건을 휴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장비를 사용하지도 못했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경찰관은 사회 안전과 범죄 대응을 위해 물리적인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긴급한 범죄 대응상황에서도 내부감찰과 인권위원회 진정 및 민·형사상의 소송으로 정신적·물질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우려해 적극적인 범인제압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1만 2056건이 발생하였다. 2020년 경찰관 직무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해 공무원 책임보험과 경찰 법률보험 등으로 민?형사 소송을 지원한 사건이 124건인 우리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긴박한 상황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범인을 압도할 수 있는 장비의 활용과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경찰의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포함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뒤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범죄가 행해지는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기 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직무 수행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그 정상을 참작해 피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복잡?다변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치안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 수준과 특히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 대상 경찰활동을 강화해 달라는 사회적 요청을 전폭적으로 반영했다.
미국의 대법원에서는 2015년 경찰 업무의 복잡성과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속성을 감안해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법 집행 방해를 막기 위한 제도로 공무원 면책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경찰의 형사책임 감면 제도를 마련해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보다 이른 시점에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고, 송파 전자장치 훼손?살인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의 경우에 신고 접수 즉시 주거지 내부에 대한 적극적인 확인을 통해 신속하게 시신을 발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등의 적극적인 경찰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