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빨리요" 비행기에서 쓰러진 여성...닥터콜에 7명 '벌떡'

"의사선생님, 빨리요" 비행기에서 쓰러진 여성...닥터콜에 7명 '벌떡'

윤혜주 기자
2026.04.02 06:20
사진=김정환 교수 SNS
사진=김정환 교수 SNS

국제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의사들이 심정지 위기에 놓였던 외국인 여성의 생명을 살렸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가정의학회 의사들은 지난달 24일 오전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발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당시 비행기 안에는 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의사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김정환 교수의 SNS(소셜미디어) 글에 따르면 이륙 직후 기내 의료진 호출인 '닥터콜'이 울렸다. 한 중년 외국인 여성이 기내 화장실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승무원들은 승객 중 의사를 다급히 찾았다.

김 교수는 "닥터콜이 울린 후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 2초간 고민하는 사이 앞에 앉아 있던 김철민 이사장님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인 내가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장님을 따라 환자 쪽으로 가보니 안색이 창백한 한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고 승무원 두어 명이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단 환자의 기도 확보를 하기 위해 김 이사장이 삽관을 시도했으나, 환자의 체구가 크고 혀가 뒤로 말려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후두경으로는 삽관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마침 기내에 후두마스크(LMA)가 비치돼 있어 김 이사장이 삽관 없이 바로 후두마스크를 꽂아 넣었고, 김 교수도 기내에 비치된 청진기로 호흡음을 확인하며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사진=김정환 교수 SNS
사진=김정환 교수 SNS

김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고 일단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을 짜 강제로 인공호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수축기 혈압이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곧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비행기 안에서 이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의사들도 환자 곁에 모여 3시간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도왔고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는 조짐이 보였다. 환자의 안색이 나아진 걸 보고 앰부백을 짜던 손을 잠시 멈추고 환자의 경동맥을 짚어보니 환자의 자발적인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떨어져 가던 혈압도 다시 올라 수축기 혈압이 190~200까지 올랐다.

김 교수는 "이제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의식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답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했다.

동료 의사들과 손을 바꿔가면서 환자 곁을 지키며 3시간 30분여 만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환자가 마닐라 공항에 내릴 때는 상태가 점차 호전됐다. 환자는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됐다.

김 교수는 "비행기를 타면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의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물다"며 "특히 마침 이렇게 많은 의사가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경우에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더 드문 경우일 것"이라고 환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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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윤혜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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