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안현수, 중국 임효준은 되고 '미국 유승준'만 안 되는 것[우보세]

유동주 기자
2022.02.13 15:45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러시아 국가대표 빅토르 안(안현수)과 부인 우나리가 23일(한국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아 러시아팀 리허설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2014.2.23/뉴스1

안현수, 우나리 부부가 러시아 선수단과 함께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2014.2.24/뉴스1

2002년 미국 국적이 된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은 20년 넘게 입국거부를 당하고 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2020년 중국으로 귀화한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은 국내 입국이 자유롭다.

안현수의 아내 우나리씨는 안현수와 함께 러시아에 갔다가 이중국적인 딸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며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현수는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현역 복무는 피했고 34개월의 체육분야 공익요원 복무만기 시점은 공교롭게도 2011년 4월로 러시아 출국을 두 달 정도 앞둔 때였다. 병역특례 체육분야 의무복무가 끝나자마자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셈이다. 어차피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 귀화를 '영구히' 선택했다면 복무기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안현수가 혹시라도 국적 회복을 원한다면 복무만기를 신경써야 현명하다.

'병역'문제로 입국도 국적회복도 못 하고 있는 '유승준'이라는 반면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특례'라 해도 체육분야 복무를 마치지 않았다면 유승준처럼 안현수도 향후 국적회복에 실질적 걸림돌로 '병역'이 문제 될 수 있다.

쇼트트랙 스피드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오른쪽, 은메달), 임효준(왼쪽, 동메달)이 강원도 평창군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세리머니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2.23/뉴스1

임효준(린샤오쥔) 중국 SNS 캡쳐

임효준은 평창올림픽에서 병역특례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2019년 훈련 중 후배 황대헌의 하의를 벗기는 장난을 쳤다가 형사재판에 넘겨진 뒤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2020년 5월 1심 '유죄'선고 직후인 6월에 임효준은 중국 국적이 됐다. 중국인이 된 후 결과가 나온 2심과 최종 3심은 '무죄'였다.

임효준은 체육분야 특례 복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인이 됐다. 임효준도 국내 입국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단지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 할 때 병역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이쯤에서 유승준이 새삼 떠오를 수 밖에 없다. 20여년 넘게 입국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에게 안현수와 임효준과의 차이점을 누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안현수·임효준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업적이 있으니 유승준과는 소위 '레벨'이 다른 걸까. 안현수와 임효준은 유승준이 그토록 받고 싶어하는 재외동포비자(F-4)를 발급받는데 장애가 없다. 국내 거주와 체류에 있어 다른 외국인들보다 특혜를 받고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유승준 MAMA

한국에서 병역은 어차피 '공평'하지 않다. 일단 남성만 병역의무를 진다. 젠더 갈등이 심화되면서 최근 여성의 병역문제가 떠오르곤 있다. 하지만, 건국 이후 아직까진 남성에게만 20대 초반 2~3년을 국가에 헌신하도록 강제하는 징병제가 '신성시' 되고 있다.

성인 남성은 현역 복무를 피하지 못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금메달을 따지 않더라도 최상위권 공대생들 상당수는 현역 복무를 하지 않는다.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에게 특혜를 줬던 병역특례를 제도적으로 발전시킨 '전문연구요원'을 통해서다. 카이스트·포스텍 학부 졸업생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받아 석박사로 진학하고 그들 중 대부분은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다. 오히려 현역이 드물다.

'병역'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졌지만 절대로 '공평'한 적은 없었다. 한때 대통령 아들들의 징병시기에 맞춰 '석사장교'제도도 있었다.

그런데도 '공평'을 부르짖으며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쩐지 애처롭고 공허하게 들린다. 오히려 유승준도 국적을 버린 다른 동료 연예인들과의 '형평'을 주장하며 '혼자'만 당하는 입국거부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징병제'하의 병역은 법에 근거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론 가장 '감정적'인 분야 중 하나다. 유승준 입국을 반대하는 이들 상당수는 혹시 자신이 받지 못한 '병역특례'에 대한 원한과 근본적으로 공평하지 못한 '징병제'에 대한 화풀이를 그에게 하는 건 아닐까.

국가 작용에 '감정'이 과도하면 그곳은 '법치 공화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유승준 입국거부가 왕정국가 수준의 '감정적' 행정이 아닌지 정부는 돌이켜볼 때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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