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유리 정문을 깨고 들어가 불법점거한 지도 21일로 열흘이 훌쩍 넘었다.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건물 점거로 도로의 일부가 막히면서 평소 그 앞으로 다니는 손님들의 땟거리를 맡았던 작은 분식집은 그 이전보다 많이 불편해졌다.
가계 앞에 모여 담배 피고 아무 곳에나 버리는 노조원들과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와 투쟁가 소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서너평 남짓한 CJ대한통운 앞 OOO 분식집. 택배노조가 자신들의 밥줄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밥줄을 끊어놓는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테이블 너댓개를 두고 장사를 하는 그 자영업자 사장님에게 노조 불법점거와 파업 때문에 불편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불편이 있지 왜 없겠느냐"면서도 파업으로 길이 막혀 줄어드는 매출의 일부는 주변 경찰들이, 일부는 파업 노조원들이 와서 '라면 한그릇, 김밥 한줄' 팔아주면서 메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가 없는지를 물으니 남탓보다는 "세상 일이 다 나 좋을 대로, 내 뜻대로 되겠느냐"며 "21일까지는 한다고 하니 그 때 끝나기를 기다리겠노라"며 그냥 웃는다.
그러면서 어느 뉴스를 통해 봤는지 "저 사람들 연봉이 평균 8000만원 이상씩 된다는데 그것도 모자라 자녀 대학생 학자금까지 달라고 하는 게 무리는 아닌지 모르겠다"며 그런 요구가 조금은 불편하게 들리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또 "저렇게 데모하고 저녁에는 주변에 비즈니스 호텔 같은데서 잔다고 뉴스에서 들었다"며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분식집 사장님의 그 말이 100% 맞지는 않겠지만 그가 보는 시선이 일반 시민들이 이 시위를 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시민들의 인식에서 알 수 있듯 사실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의 핵심은 택배기사의 '땟거리'의 문제라기보다는 택배 노조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강하다.
CJ대한통운 지역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 택배사업자들은 각 지역별 권역별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형편이 다른 택배 회사 노동자들에 비해 낫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사회적 타협 이후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자동분류기를 배치하거나 분류 업무를 대신하는 아르바이트의 채용으로 업무 부담이 줄었다. 또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택배 수요의 증가로 손님이 줄어든 자영업자들과는 달리 수요는 널려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 일거리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사업의 성격상 MZ 세대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선호할만큼 인식도 달라졌다. 다양한 혜택들도 생기면서 초창기 택배업을 하던 사람들과는 근무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인사업자인 택배노조원들은 분류 업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상한 택배비를 회사와 택배기사들이 나누자고 주장하면서 이재현 CJ 그룹 회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한다.
하지만 직접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와의 직접 교섭 문제는 여전히 하도급법 위반 등 예민한 문제다. 노동부 중노위가 이들 개인사업자의 CJ대한통운 노동자성을 일부 인정했지만, 여전히 재판 중인 사항이다.
특수고용직노동자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이는 국회에서 해법을 찾아야지 기업에 와서 생떼를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파업을 해야 하는 장소는 CJ대한통운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었던 국회 앞이다.
CJ대한통운 내에 직고용된 노동조합원들은 물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비노조 택배기사로 구성된 비노조택배연합 등은 이번 파업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법적인 방법의 파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점거 농성을 시작한 시점에 대해 노동계에선 대선을 코앞에 둔 절묘한 시기를 택했다는 평이다. 여야 정치권 어느 쪽도 CJ대한통운 본사에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해산하는 모습을 보이기 부담스러운 대선 시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점거를 이끈 노조 지도부가 오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얻은 정치적 감각을 통해 최대의 주목도를 올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불법적인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는 그들 주장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그들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논리와 행동이 정당해야 한다. 1980년대 군사독재의 비민주적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꺼내 들었던 폭력에 기댄 노동 운동을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오판이다. 이는 결코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그 분식집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