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시작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공격을 명령하면서다. 8년전부터 국경지대에서 국지전으로 시작해 1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의 기원을 찾는 많은 학자들은 모든 전쟁의 원인을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찾는다.
아이슬란드대학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 브래들리 세이어는 저서 '다윈과 국제관계: 전쟁과 종족 분쟁의 진화적 기원에 관하여'에서 종(種)은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한 유리한 위치로서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고 했다.
권력을 가지면 자원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도 안보강화를 위한 것도 있지만 막대하고 확실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세계 패권(헤게모니)을 쥐기 위한 전쟁의 일환이다. 미소 냉전시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가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패권국 미국에 내미는 도전장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물러나고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 생긴 힘의 공백을 노렸다. 미국을 직접 치기는 힘드니 희생양을 찾은 게 우크라이나다.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저지이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러시아 내부로는 장기집권의 결속을 강화하고, 세계에는 러시아의 힘을 과시한 것이다. 미국이 급히 물러난 최근의 두 전쟁을 보며 미국이 쉽게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푸틴이 전쟁을 일으키는 오판에 일조했다. 이번 전쟁은 전세계를 지배하는 '알파 메일(Alpha Male: 동물 무리의 수컷 우두머리, 1인자)이 푸틴 자신임을 과시한 폭력이다.
푸틴이 정권을 잡았던 1999년 이후 미국은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으로 권력이 이동했지만 자신은 23년간 권력의 중심에 서서 구 소련의 영광을 꿈꾸다가 이번 기회를 노린 것이다.
그가 러시아의 실권을 쥔 23년이라는 시간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치세기간과 같다. 그는 러시아 국가(國歌) 속 가사인 '강인한 의지, 위대한 영광'을 '남방의 바다에서 극지의 땅까지' 재현해 신러시아의 '차르(Tsar: 황제)'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그의 야심은 전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안보 딜레마'의 재현을 알린 신호탄이다. 상대를 믿지 못하는 안보 불안 심리로 군비경쟁을 통해 힘을 길러 서로 출혈하는 안보 딜레마는 냉전 붕괴 이후 완화됐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경쟁자가 서로 손실을 입으면서도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덫에 빠졌다.
이번 전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가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에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보장받기로 했던 안전과 항구적 독립이 무산된 것 그 이상의 지구적 위기다. 안전보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불신의 시대가 다시 시작됐고,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
우크라이나의 파괴가 러시아의 번영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다. 공멸로 향하지 않기 위해 전세계가 조속한 평화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