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에 기립박수 보낸 정치인들

오동희 기자
2022.03.14 03:30

[오동희의 思見]

지난 1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특별초청된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바이든 대통령의 호명에 화답하며 손을 흔들다가 재차 일어나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에 일어서 인사하고 있다. 우측 사진 뒤쪽에서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하는 사람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왼쪽 검정색 옷)와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오른쪽 파란색 옷)다./사진제공=CNN 화면 촬영

"팻 겔싱어 일어나 보세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밤(미 동부기준)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정연설 때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2층 우측 자리에 특별초청된 인물들 중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개한 후 팻 겔싱어 인텔 CEO를 호명했다. 미국 제조업 재건을 강조한 연설 직후다.

인텔은 반도체 집적회로(IC)를 발명한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1968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왕좌를 내준 회사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미국 내 200억달러(한화 약 24조원) 투자를 칭찬하며 겔싱어 CEO의 이름을 호명했고, 그는 앉은 자리에서 몇 차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바이든은 그에게 일어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를 향한 상·하원 의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기업인의 노고에 대한 정치인들의 감사와 존경의 뜻이다. 뒤이어 같은 자리에 초대된 전미철강노조 트레이너인 조조 버지스에게도 박수가 이어졌다.

바이든이 이날 외친 것은 '더 나은 국가 만들기'를 위한 기업가와 근로자 역할의 중요성이었다. 바이든은 이들이 미국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우리에게는 부러운 장면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기업과 기업인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만 '친기업'을 외칠 뿐 어느 정권이든 기업을 초기 적폐청산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지 오래다. 몇몇 기업들은 소위 '적폐 재판'을 아직도 받고 있다.

(왼쪽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진행하는 가운데 그 뒤로 상원의장을 맡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측 사진) 특별초청된 조조 버지스 전미철강노조 트레이너./사진제공=CNN 화면 촬영

대선 직전 모든 후보들은 경제단체들을 쫓아다니며 규제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표를 호소했다. 이 후보들의 강연을 들었던 기업인들은 "선거 때 공약하는 것처럼만 실제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떤 기업은 앞으로의 5년간도 죽은 듯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의 소리를 낸다.

존경의 박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게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의 현실이다. 팻 겔싱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기립박수를 받으며 활기차게 기업활동을 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 성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나가 기립박수를 받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한다. 경제력이 곧 국력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는 수단도 군사적 공격이 아닌 경제적 제재다. 경제제재는 군사적 공격 이상으로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우리도 국가의 부를 더 키우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 외에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해야 할 몫도 있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사회와 함께 가는 새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로부터 칭찬받는 기업이 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과 사회도 기업가들이 더 나은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격려의 기립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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