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통화스와프 카드, 미국 받을까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2.07.21 02:05
이종우 경제 평론가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었다. 상반기에만 10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한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환보유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달러다. 2021년 9월 4692억달러를 최고로 9개월 동안 7% 가까이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감소세다. 우리나라만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게 아니다. 2019년보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나라가 많다. 홍콩, 프랑스,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이 6~7% 줄었고, 뉴질랜드는 절반이 됐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무역적자로 달러공급이 감소한 상태에서 석유수입 등으로 많은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기간이 많지 않았는데 올 상반기에 적자가 집중되면서 외환사정이 나빠졌다. 원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푼 것도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원인이다. 1분기에만 환율방어를 위해 83억달러를 사용했다. 기술적인 요인도 있었다. 외환보유액에는 달러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통화도 많이 있는데 달러강세로 주요국 통화들이 모두 약세가 되면서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줄었다.

적정 외환보유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수출액, 시중통화량, 유동외채,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 등을 감안해 적정 외환보유액 평가지수를 만들었다. IMF는 이 비율이 1~1.5 사이에 있으면 적당하다고 얘기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해당 비율은 0.99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하락하지만 적정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긴 힘들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경상지급액, 유동외채 등으로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하는데 IMF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그동안 외환사정과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 비율은 26.7%다. 금융위기 당시 40%대보다 낮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38.2%로 2008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단기외채가 경제를 압박한 이전 위기상황과 다른 형태다. 대외순자산도 6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2014년 이전에는 대외부채가 대외자산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해외자산의 운용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우리 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원화급등과 외환보유액 감소가 부담이 됐는지 여당이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으니 후속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통화스와프가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발생 직후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것은 미국의 필요 때문이다. 달러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세계 경제위축이 미국으로 역수입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통화스와프가 논의된다면 그건 우리가 필요해서다. 긴축을 진행하는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해외에 달러화를 공급해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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