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환경운동가 마이클 셀렌버거는 2020년 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를 조장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환경운동가들은 '문제작'이라 공격하나본데, 대중들이 보기엔 신선한 시선이다.
이 주장을 한줄로 줄이면 '환경을 진짜 보호하기 위해선 무조건 개발을 막거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기존 에너지 대체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환경 보호 대안으로 원자력발전과 대규모 댐 건설을 제안하는 것도 환경운동가 치고는 색다르다.
근거도 제시한다. '고래의 멸종을 막은건 석유산업 발전'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린피스'의 업적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업적 포경 저지가 알고 보면 정유기술 개발로 등유가 생산돼 고래기름이 필요없어지고, 화학기술 개발로 플라스틱이 나오면서 고래힘줄이 필요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거다.
한국의 상황을 놓고 보면 셀렌버거의 주장에 상당히 눈길이 간다. 결국은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된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기술로 극복해야 한다는 셀렌버거의 주장은 한국 탄소중립 기업에 명분을 준다.
셀렌버거의 논거를 하나 더 빌자면 아직도 70억 지구인 중 25억명이 밤낮 없이 나무와 숯을 연료로 쓴다. 선진국 몇 나라가 탄소배출을 아무리 줄여봐야 오늘도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선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이산화탄소가 내뿜어진다. 산불이라도 나는 날엔, 선진국들이 몇 년 간 쌓아올린 노력이 순식간에 허사가 된다.
이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한 후 제3세계에 빠르게 보급해야 한다. 탄소중립 기술이 트렌드 변화의 중심이다. 지구를 위하(for Earth)는 기술이, 인류와 우리 경제를 위한다(for us)는 거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존 주력사업과 업역을 가리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배터리), 수소와 순환경제, 원자력발전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중화학공업과 반도체, 배터리를 잇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무기가 이 중에서 탄생할거라는건 이제 상식이 됐다.
우리 탄소중립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For Earth, for us'를 주제로 탄소중립 기술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장이 10월12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4회째를 맞는 그린비즈니스위크(전 그린뉴딜엑스포)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의 탄소중립 기업들이 총출동하는 민간 전시회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 어떻게 '지구를 위하는 기술'로 바뀌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