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K팝을 걱정한다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2023.03.03 02:03
임대근 교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내부갈등으로 촉발된 분쟁이 소송까지 이어졌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브가 같은 편에 서고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가 연합했다. 우호지분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양쪽의 공방이 치열하다. 카카오에 대해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를 발행하자 이수만 측은 이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섰다.

30년 넘게 한국 대중음악산업을 이끈 에스엠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다. 에스엠과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고 뒤이어 하이브가 합류하면서 4대기업 체제를 갖춘 K팝산업의 판도는 재편될 것이다. 이수만이라는 상징은 좋든 싫든 역할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올 테고 K팝은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K팝이 결국 산업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획과 제작의 힘을 바탕으로 틀을 갖춘 K팝산업은 유통과 소비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다. 유통업은 K팝이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K팝이 오늘의 위치에 이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역시 소비자다.

산업적으로 소비자로 불리는 이들은 문화적으로는 팬덤을 만든다. 팬덤이 없는 K팝은 상상할 수 없다. K팝의 급변 상황에 팬덤이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팬덤도 의견이 나뉜다. 팬덤은 대체로 이번 사안을 에스엠을 사이에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줄다리기를 하는 삼각게임으로 간주한다. 하이브를 지지하는 쪽은 같은 분야의 기업이 인수해 갈등과 분쟁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카카오를 지지하는 쪽은 에스엠의 독특한 유산과 전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소비자이자 팬덤인 이들의 입장은 산업과 문화라는 K팝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음악시장은 2021년 기준으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물론 이는 시장의 양적 규모고 질적 영향력을 대변하는 순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는 'K팝이 세계를 장악했다' 등의 표현이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K팝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시장진출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IFPI는 4개 부문에서 2021년 글로벌 앨범 톱10을 발표했는데 이 순위에 든 한국 앨범은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은 디지털싱글 차트와 앨범판매 차트에서 각각 4위를 기록했다. K팝이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는 방탄소년단에 의한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독주하는 상황을 넘어서서 K팝의 다변화한 기획과 제작역량을 보강해야 하는 까닭이다.

음악콘텐츠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시장을 이끌어가는 직접적인 유통방식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보는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 음악콘텐츠는 공연이나 영상의 형식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음악은 독립적인 장르콘텐츠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복잡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기업의 합병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 산업과 문화가 얽힌 K팝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한국 팬덤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제 음악은 독립된 예술장르가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K팝은 음악이라는 단일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를 다원으로 연결하는 그물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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