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정말 카카오가 하이브에 승리한 것일까?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3.03.15 02:03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어부지리와 같은 뜻인 방휼지쟁(蚌鷸之爭)이라는 사자성어는 방(조개)과 휼(도요새)의 싸움에서 제삼자로 지나가던 어부가 둘 다 주워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하이브는 어부 같았다. 애초 하이브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생각지도 않았다. 에스엠에 하이브는 경쟁자이자 후발주자일 뿐이었다. 하이브에 에스엠은 업계 선발주자일 뿐 모든 면에서 이미 앞섰다. 하지만 풍부한 IP(지식재산권)는 맛깔스러울 수 있었다. 최근 흐름은 카카오의 완승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초기에는 소액주주운동 펀드가 에스엠 경영진과 다툼을 벌였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때문이었고 그 당사자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프로듀싱 시스템과 수익배분 문제였다. 개정된 상법으로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감사위원이 위촉되면서 다툼은 에스엠 이사진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사이로 번졌다. 에스엠 이사진은 동맹으로 카카오를 포진시켰고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는 급기야 적진으로 넘어가 SOS를 쳤다. 바로 하이브였다. 하이브는 조개와 도요새 싸움에서 이수만이 보유한 주식은 물론 에스엠의 IP도 모두 손에 넣을 듯 보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부는 한 명일 수 없으며 어부들은 경쟁관계다. 더구나 그 어부는 이미 방과 휼의 균열을 알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준비했으며 심지어 필승의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카카오 어부는 더 튼튼하고 넓은 그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이브 어부는 그런 그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미 북미 바다의 큰 물고기를 끌어들이는 등 글로벌 오션의 어로활동에 힘을 더 쏟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만 하이브에 갑자기 던져진 이수만 조개를 주우면 물린 에스엠 도요새가 자동으로 딸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카오에는 더 큰 그물이 있었고 이에 급히 하이브가 그물을 찾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더구나 이겨도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었다. 우연히 받은 조개와 도요새 때문에 자칫 잡은 물고기들조차 다 도망치게 생겼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어부와 타협하고 협상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카카오 어부가 승리한 것 같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카카오의 취약점이 쩐의 전쟁에서 대중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독점을 우려했지만 카카오가 더 독점하고 있었고 에스엠 인수는 이를 더 강화해주는 셈이었다. 플랫폼기업의 본질과 정체성이 더 부각됐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주가를 견인한 점이 반복되는 셈이었다. 포털과 SNS처럼 이용자 수를 늘려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은 여전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인수·합병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에스엠의 팬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적어도 K팝 콘텐츠의 글로벌 팬덤 동인에 부합할지 의문이었다. K팝 콘텐츠의 성장은 영미·유럽 스타일의 아티스트 베이스와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기획형 아이돌 모델이 바탕이었고 그만큼 기획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처럼 많은 기업을 한 틀에 넣는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콘텐츠가 생산될 수 없다. 그것도 창조적으로 생성돼야 하는데 우리는 이제 퍼스트무브해야 하므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상도 없다.

물론 이수만의 기획형 SMP(SM Music Perfomance) 스타일은 수명을 다했는지 모른다. 이제 트렌드는 자생적 기획형 아이돌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처음의 전략적 기획에 따라 멤버가 구성돼도 그들이 자가발전하면서 콘텐츠를 다양하게 파생하는 K팝 모델이 대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탄소년단이고 이를 계승하는 것이 스트레이키즈다. 여기에 블랙핑크는 스타일 면에서 어나더레벨이 됐다. 이들은 스타일 자체가 자율적 생성이라 K팝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에서 새로운 진화의 비전을 제시하며 실현해내는 이들이 진정한 승자일 것이다. 일희일비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