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흘 후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총회에서 주로 다뤄질 4대 의제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기후금융 개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포용성 강화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에 대한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에 쏠려 있다. 이번 이행점검은 파리협약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 지구적 평가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데 필요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이행점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최근에는 중동에서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유가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안보 이슈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올해 심각한 기후변화를 경험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지만 현재 글로벌 정치·경제적 여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국적 협력이 강화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이 큰 변수다. 현재 많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트럼프는 탄소중립에 대해 오바마나 바이든과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었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이 겪게 될 부담 등을 이유로 오바마가 가입한 파리협약에서 탈퇴했고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미국 범부처 워킹그룹(Interagency Working Group)을 해산했다. 물론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 당일 행정명령을 통해 범부처 워킹그룹을 다시 구성하고 파리협약에 재가입하기는 했지만 내년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노력은 국제기구를 통한 다국적 협력보다 특정 국가와 지역, 그리고 민간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0월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을 보고토록 요구했고 영국도 올해 3월에 탄소국경조정제도와 필수제품표준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시장이 점차 확대된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개인, 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그 탄소감축 실적을 크레딧 형태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현재는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탄소중립은 인류가 결국 가야 할 길이다. 지금은 머뭇거리는 국가들도 언젠가 탄소중립 경쟁력을 갖추면 적극적인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조업 위주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에 기반해 성장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탄소중립을 향해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면 저탄소 경제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