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경제 상황도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반도체협회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보면 그렇다.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으로,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망을 보면 한국의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와 조선 등도 밝은 전망보다는 구름이 낀 상태로 보이고,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더욱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예측 불가능의 파도가 몰려오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령 해제에 이은 대통령 탄핵 추진 등 국내 정치는 우리 경제를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재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같은 혼란의 장기화와 그로 인한 불확실성의 지속이다.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하는 게 업계의 우려다.
사실 불확실성은 우리의 삶에서는 늘 존재하는 상수다. 불확실성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변수 같지만 실은 우리 사회의 모습 자체가 불확실성을 늘 내포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모든 게 명확히 예측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깊이 들여다보면 측정할 수 없는 수많은 불확실한 변수들의 연속이다.
거시세계를 지배하는 뉴턴의 물리법칙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시속 100km로 한방향으로 2시간을 달리면 출발점으로부터 200km 떨어진 곳 어딘가에 우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확실성의 세계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안도감을 느낀다. 반면 미시적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경제상황과 기업운영도 마찬가지다. 거시적인 틀에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있고 그 사이 침체기와 상승기를 예견하고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개별 상품과 기업, 기업가의 흥망성쇠는 가늠하기 어렵다. 불확실성 속에 확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기업경영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다.
그 속에서 기업은 탄생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생명체다. 어떤 기업은 1년도 안되서 소멸하고, 어떤 기업은 천년을 이어가기도 한다. 기업의 수명을 가르는 기준은 불확실성에 얼마나 잘 대비했느냐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의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생존의 길이다.
국가적 혼란으로 국회에서 반도체법과 인공지능(AI)법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했다. 언제 다시 논의되고 통과될지 불확실하다. 미국 신정부 출범에 맞춘 대외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협상단을 파견해 협상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찌될 지 알 수 없다.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 법안들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 기업 앞에 놓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환율은 치솟고, 대외신인도는 하락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정해진 악재보다 기업에게 더 나쁜 것은 불확실성의 장기화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빠르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사회 심리학자 아리 크루글란스키 메릴랜드대 교수는 '언설튼(Uncertain: 불확실한)'이라는 책에서 "세상은 우리가 충분히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상황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상황이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릴 때는 최선이 아닌 최악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빠른 결정이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결정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머뭇거려 더 깊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기 전에 서둘러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뒤늦은 결정보다는 백배 낫다. 경제와 기업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의 지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