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런던에서 맞은 계엄령

김화진 기자
2024.12.26 14:12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월초에 영국 런던의 몇몇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방문했다. 12월 3일 오후에 한 운용사를 방문하고 다음 스케줄까지 시간이 조금 비어서 커피집을 찾았다. 특이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교회였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교회가 예배당 내부에 카페를 차리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예배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을 들여다 보거나 조용조용 대화를 했다.

교회는 런던의 아기자기한 바틀링스트리트의 세인트 메리 앨더메리(St Mary Aldermary)다. 영국 성공회 교회당의 하나다. 물론 종교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잠시 앉아있다가 커피를 들고 혼자 정문 앞 거리에 나와 한갓지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일행이 일제히 교회를 나오더니 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떴단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했지만 바로 확인하니 실제상황이었다.

서울이 아직 완전히 한밤중은 아니어서 집으로 전화들을 하기도 했다. 밖에 헬기 소리가 크게 나고 무섭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다들 당황해서 뉴스 검색에 바빴지만 바로 다음 일정으로 가야 했다. 다음 방문사는 마침 국내에 매우 잘 알려진 펀드운용사였다. 한국통이다. 세인트 폴 성당 바로 옆에 있어서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성당 건물이 길건너로 바로 옆에 보였다.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있는데 우리 일행의 대화 파트너가 바로 나타났다. 말끔한 전형적 영국 신사였다. 그런데 언제 숙지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한국의 계엄 이야기를 시작해서 회의가 거의 그 이야기로 다 채워졌다. 한국 사정에 훤한 펀드 운용자답게 한국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더구나 우리도 바로 전에 들어서 당황하고 있는 서울 소식을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큰 상황이 발생하면 국제적인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환경을 평가하고 자산운용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지정학적 변동성이 중요한 변수다. 그런데 느닷없는 한국의 계엄령 선포라는 것은 좀 엉뚱하고 황당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쌍방이 급하게 체크하고 조치할 일이 있을 수 있어서 회의는 길지 않게 끝났다.

계엄이 금방 해제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어수선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시작했던 다음날 일정에서도 역시 한국 상황이 주요 대화 토픽이었다. 상황이 종결되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정치 상황의 변화가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포함한 투자환경 변화의 전망이 중요 토픽이 되었다.

계엄 상황이 큰 불상사 없이 종결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전형적인 패턴으로 진행되었더라면 귀국길이 안절부절이었을 것이다. 급락했던 주가가 안정을 되찾는 것을 보았다. 그렇긴 해도 귀국길 내내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치적 불확실처럼 자본시장에 해로운 것은 없다. 특히 해외의 투자자들은 아무리 한국 사정에 밝다 해도 우리만큼은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히 포지션 축소로 방향을 잡는다. 시장이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 일정이 잡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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