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정책의 기회비용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2.28 02:05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여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취임식 당일에만 26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례가 없는 속도였다. 행정명령의 대상은 이민, 통상, 에너지정책부터 정부개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2월 초엔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각각 25% 및 10%의 수입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해 큰 충격을 던졌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시행이 한 달 동안 유예됐지만 10일 트럼프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예외 없는 25% 관세부과를 선언했다.

13일엔 상대국의 무역정책에 맞대응하는 상계관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는 21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의 온라인 디지털 서비스에 과세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보복관세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취임 첫날 정부개혁부(DOGE) 창설을 내용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기구의 당초 설립목적은 정부가 보유한 테크놀러지를 현대화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증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정부업무에 대해 컨설팅을 시행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한 뒤 법령개정에 나서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조직 효율성의 증진이란 규모의 축소와 구성원의 해고와 같은 의미였다.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DOGE가 정부의 '노동력 최적화 추진'을 추진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주도하에 합법적으로 기구축소와 정리해고에 나서도록 힘을 실어줬다.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해 80%의 직원을 해고한 경험이 있는 머스크는 연방정부의 구조조정에 쾌도난마와 같이 임했다. 신분보장이 약한 근속연수 1년 미만 신입직원 대부분을 해고하도록 권고했다. 이들은 민간인 연방공무원의 약 9%에 해당하는 22만명에 달한다.

빅테크의 금융진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온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도 무력화했다.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시스템적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에 의해 설립된 중요한 금융감독기구다.

연간 440억달러의 원조를 집행하는 국제개발처(USAID)도 문을 닫게 했다. 직원 수가 1만명이 넘는 기구다. 트럼프는 또 교육부(DOE) 폐지를 언급했다. 각종 연구보조금, 국방비, 연금에 이르기까지 비용절감 칼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트럼프는 관세부과와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무역과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채무도 갚겠다고 한다. 문제는 과격한 정책추진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관세부과와 불법체류 노동자 추방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진다.

기업도 경기예측에 자신감을 잃고 투자를 과감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국내외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농업도 매출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정책의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으로 미국은 불안에 떨며 '겁에 질린 고양이(scared-cat) 경제'로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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