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이내믹 코리아'로 불릴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역동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한 우리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위기신호가 잇따라 켜졌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사고의 전환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큰 요인은 인구구조에 따른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변화를 주도할 젊은 세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19~34세를 가리키는 청년인구는 1979년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993년 1397만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감소했고 2027년엔 1000만명 아래로 낮아질 전망이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서 사회의 역동성도 떨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나이를 먹을수록 기반역량이 급속히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기반역량은 배우고 판단하는 힘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기반역량은 10대엔 OECD 평균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20대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30대 초반부터 OECD 평균보다 낮아진다. 그리고 격차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커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를 똑똑하고 우수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배우고 판단하는 능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청년층 비중하락이 사회 전체적으로 가파른 역량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읽기, 쓰기, 수리 및 인터넷 이용능력은 OECD 평균을 넘어서거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직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는 정도는 OECD 최하위권이다. 문제해결 스킬은 해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의 역량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해결 역량이 낮다는 것은 당연히 낮은 생산성과 높은 비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문제해결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업무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에서 업무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부족하다. 동료나 상급자로부터의 학습이나 업무를 통한 학습을 경험한 노동자의 비율은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 직장 내 교류나 동료간 협력의 정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런 능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고위임원과 관리직, 전문직 계층에서 문제해결 스킬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한다. 고령화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복지예산이나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더 오랫동안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오랜 기간 현업에 종사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빨리 현업에서 손을 떼고 남이 해온 일을 평가하고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40대 후반이 돼서도 현업에서 스스로 모든 일을 하는 존재는 무능력하다고 여긴다. 대한민국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식, 그리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