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사가 된 유족

[기자수첩] 투사가 된 유족

오문영 기자
2026.04.14 05:29
고 김창민 감독의 영정사진./사진=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고 김창민 감독의 영정사진./사진=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죠." 고(故)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을 두고 한 경찰관은 이같이 말했다. 부실 수사 논란에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더 말을 보태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답답함은 고스란히 읽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가 화를 입었다. 소음 문제로 옆자리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식당 안팎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이 이어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월7일 뇌사 받정을 받았고, 장기 기증 이후 숨졌다.

가해자 일행은 6명이지만 초기 수사에서 입건된 건 1명뿐이었다. 경찰은 입건된 1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의 항의로 보완수사가 이뤄졌지만 추가 피의자 특정과 영장 재청구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 상해치사 혐의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됐지만 이마저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서다. 결국 사건은 지난달 30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 사이 김 감독 유족은 투사로 떠밀렸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를 찾아다니며 사건 경위를 쫓았다.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에 엄벌 탄원서도 보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보복 범죄가 두려워 사건을 알리지 못했다. 영장 기각이 잇따르자 공론화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을 목격한 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동 대응과 신병 확보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의 불안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고려됐는지 의문이 남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안일한 현장 대처가 드러났다고 비판한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을 두고도 범죄의 중대성과 유족에 대한 위해 우려가 적극 고려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감독 유족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사건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바람이 간절한 호소가 되기까지, 유족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다시는 유족이 투사로 떠밀리지 않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오문영 사회부 기자.
오문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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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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