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지구를 넘어, 열린 우주로

닫힌 지구를 넘어, 열린 우주로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6.04.15 06:00

[오동희의 思見(사견)]

[워싱턴=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6일(현지 시간) 제공한 사진에 아르테미스 II 우주선이 달 근접 비행 중 달 뒤로 지구가 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NASA는 달 근접 비행을 마친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달 중력권을 벗어나 지구로 귀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4.08.
[워싱턴=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6일(현지 시간) 제공한 사진에 아르테미스 II 우주선이 달 근접 비행 중 달 뒤로 지구가 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NASA는 달 근접 비행을 마친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달 중력권을 벗어나 지구로 귀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4.08.

우리는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중동에서 이어지는 분쟁 역시 핵 확산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석유 패권을 둘러싼 갈등도 내재돼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를 둘러싼 긴장 또한 다르지 않다. 영토 확장의 다른 말은 자원확보 전쟁이다. 인류가 제한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닫힌 계(Closed System)'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태양을 제외하고는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에너지 투입이 없는 지구의 자원을 빠르게 소비하며 소멸해 가고 있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이 있는 '열린 계(Open System)'로의 여행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바로 우주 개척이다. 최근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2의 유인우주선 오리온호가 54년만에 40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 뒷면까지 다녀온 여정은 단순한 기록 경신 그 이상이다. 이는 인류가 지구라는 '닫힌 계'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작은 한 걸음은 먼 미래에 인류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거대한 도약의 시작점이다.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설정처럼 태양이 죽어가는 일은 먼 미래의 일 같지만 당장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우리 세대가 언젠가는 맞닥뜨릴 현실이다.

우주 개발은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탐사'의 원대한 포부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생전에 인류가 화성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화성에 가는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자산의 축적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약 60억 km 떨어진 태양계 외곽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파란 원안의 점이 지구다./사진=NASA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약 60억 km 떨어진 태양계 외곽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파란 원안의 점이 지구다./사진=NASA

우주를 향한 우리의 관심도 오랜 역사를 갖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경주 첨성대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소로 이미 1400년전부터 우리 민족은 우주로 시선을 돌렸다. 현대에 들어서도 다른 방식으로 그 역사를 잇고 있다. 1970년대 해외 한인 과학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시작한 유도탄(백곰 NHK-1) 개발은 한국 우주 발사체 개발의 토대가 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그 결실이며 한국이 더 이상 우주 산업의 변방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도 우리의 기술이 함께 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도한 큐브위성(12U) K-라드큐브(K-RADCube)는 반알렌대 우주방사선 조사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탑재해 방사선 내성 실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었다. 안타깝게도 부탑재체에 실린 큐브위성이 우주공간 내 사출에는 성공했지만 지상국과의 의미있는 교신이 이뤄지지않아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한국의 경쟁력을 쌓는 소중한 씨앗이 되고 있다. 현재 우주산업은 2035년에 약 1조 7900억 달러(한화 약 24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2032년까지 무인 달 착륙을 추진하고 2045년까지 무인 화성 착륙을 꿈꾸고 있다.

이 시장에서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통신·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경쟁력을 발판삼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잠재력도 충분하다. 발사체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달 탐사 로버를 개발 중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국가대표 기업 뿐 아니라 오는 24일 키플랫폼(K.E.Y. PLATFORM 2026)' 특별 세션으로 진행하는 '우주포럼'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큰 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저 작은 점 안에서 벌어지는 불화와 살육을 경계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게 인류의 의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2호가 열어젖힌 심우주의 문은 우리에게 더 이상 좁은 땅에서 다투지 말고 무한한 가능성의 길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그 길은 멀고 험하지만 가야할 가치가 충분한 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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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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