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신청을 고민했다."
지난 1월 일본 취재 당시 만난 스즈키 마사토 일본 외무성 일한교류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무려 12차례 정상회담한 것을 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같이 말했다. 두 정상은 평균 60일에 한 번씩 마주했고 8개월 사이 7번 만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에선 더 자주 만나는 정상들도 있지만, 그만큼 한일 정상의 만남이 잦았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은 지난해 양국 교류 1200만명 시대로 이어졌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과 실시한 '2025년 대일 인식조사' 결과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는 각각 47%와 56%로 조사됐다. 2021년 같은 조사의 21%, 4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조사에선 모든 세대가 타협을 거부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고 봤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약 70%에 달하는 30대 이하 연령에서도 과거사 문제에서 만큼은 단호했다. 과거사 문제가 언제든 또다시 한일관계 악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단 뜻이다.
'의인 이수현 장학회장'인 가토리 요시노리 일한문화교류기금 이사장은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의 노력에 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외교당국의 과거사 반성 입장 표명은 물론 윤석열 정부가 2023년 3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방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 등에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20대와 30대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열등의식이 없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이미 2년 전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안은 채 일본 여행과 일본 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의 대일관은 더 이상 '친일'이나 '반일'이란 낡은 틀로 설명할 수 없다.
한일 양국은 유엔 등 국제 결의안에 대한 입장이 98% 일치한다고 한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유사한 양국이 협력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저출생·고령화 등 국가적으로 풀 난제도 거의 비슷하다. 역사는 기억하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대일관이 필요한 시대다. 세계 속의 한일관계, 미래세대를 위한 한일관계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