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디톡스 트랜지션'의 함정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3.14 02:05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해 놀라움을 안겼다. 미국을 더욱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큰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전환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파괴가 수반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말한 파괴(disruption)는 중의적이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리세션을 뜻하는 동시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건설적인 과정이다. 전환기는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기간이다. 여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기에 주식시장 동향은 쳐다볼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리세션을 감내하고 금융시장을 무시하면서까지 추진하려는 변혁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디톡스'라고 표현했다.

과거 정권의 과도한 재정지출로 시장과 경제가 중독됐으니 그 독을 중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 해독과정이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정부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을 뜻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백악관의 또 다른 경제정책 실세 케빈 해세트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은 경기하강이 매우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트럼프의 최측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가 다시 성장을 가져올 것이며 침체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트럼프를 둘러싼 실세들의 인식이 매우 상반된다는 사실이다.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상무장관과 뒤에서 지원사격하는 백악관 보좌관은 경제상황에 매우 낙관적인 입장이다. 반면 국고를 담당하는 재무장관은 어느 정도 비관적인 견해를 부정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 대한 긍정적 진단은 관세부과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제체질이 튼튼하니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관세부과를 통해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면 경제는 고도성장을 재개할 것이라고 본다.

리세션 가능성을 인정한 재무장관의 입장도 장기적으론 낙관적이다. 정부개혁을 통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부문의 활력을 증진하면 경제성장이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길게 보면 경제가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같은 판단이 트럼프의 강력한 정부 구조조정과 관세정책의 시행으로 이어진다. 트럼프는 드라마틱한 정책을 밀어붙여 청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 실제 대통령 평가에서 상위에 포진한 대통령은 모두 큰 변화를 이끌어낸 지도자들이다.

역대 대통령 1위 에이브러햄 링컨은 철도산업 진흥을 통해 미국을 산업국가로 탈바꿈시켰다. 2위 조지 워싱턴은 각 주가 경합하는 상태에서 단일한 국가를 만든 사람이고 3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으로 허덕이는 나라를 재건한 지도자다. 트럼프의 순위는 41위에 불과하다.

관건은 시대정신이다. 과거 위대한 대통령들은 그 시대의 소명에 따라 변화를 추구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통합된 21세기에 트럼프노믹스는 시대착오적이다. 시장이 트럼프 정책에 부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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