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도, 가정도,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이 말은 지금 한국 사회에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9년 만의 증가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 가능한 변화인지, 일시적 착시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2011년 이후 줄곧 감소한 혼인건수가 2023년 19만3673건으로 소폭 증가(0.6%)하며 하락세를 멈춘 것이 출산율 반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2024년엔 혼인건수가 약 22만4500건으로 15.9% 증가했다. 결혼이 다시 늘어나면서 출산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가임기 여성인구(25~39세)가 2030년까지 35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러한 수치변화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의미한다. 출산장려금이나 일시적 인센티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아기와 거시경제'(Babies and the Macro Economy)라는 논문에서 "여성의 노동, 교육, 출산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경력을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출산율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육아휴직 통계를 보면 육아휴직자의 74.3%가 여성, 25.7%가 남성(고용노동부, 2023년)이다. 출산과 양육의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방증이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경력단절이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2023년 육아휴직 대상 남성 근로자의 30.1%가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특히 대기업은 40%를 넘었다(일본 후생노동성, 2023년). 일본 정부는 '산후 파파 육아휴직' 제도를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고 여성의 경력유지를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전히 낮고 기업의 규모에 따라 격차가 크게 난다.
사회적 돌봄시스템 확충도 시급하다. 보육시설은 증가했지만 초등 저학년 돌봄 사각지대와 맞벌이 부부의 방과 후 돌봄부족 등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만 출산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무책임한 주장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경제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OECD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 감소할 때 경제성장률이 0.3~0.5%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출산율이 현 수준에 머문다면 205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출산율 문제는 단순한 '아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존립의 문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부 공동육아가 가능해야 하고 국가가 돌봄을 책임져야 하며 여성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말했다. "여성에게 아이를 낳으라 요구하기 전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출산율 숫자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