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관세 전쟁과 한국의 선택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5.03.27 02:05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무역질서가 요동친다. 취임 직후부터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에 10~25% 고율관세를 발표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엔 전 세계를 겨냥한 상호관세까지 꺼내 들며 세계 경제를 거센 풍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관세폭풍은 1기와 결이 다르다. 당시엔 미중 패권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까지 겨냥해 전선을 넓혔다. 특히 속도전 양상으로 상대국의 대응 여지를 줄이며 '경제안보' 프레임을 내세워 무역을 전방위 '경제전쟁'의 무대로 만들었다.

수출 현장에서도 체감경기 악화가 뚜렷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1로 기준선 100을 밑돌며 기업들의 우려가 커진다. 특히 미국 비중이 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당장은 충격의 범위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가 여타국에 부과된다면 우리의 피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각각 10~25% 관세를 부과해도 우리 수출감소는 0.1%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은 다소 줄겠지만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하지만 상호관세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이 모든 국가에 일괄 10% 관세를 매기면 우리 수출이 130억달러 이상 감소할 수 있다. 피해는 특정 업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

여기에 비관세장벽 확대까지 더해지면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다. 최근 트럼프행정부는 한국을 무역적자국으로 지목하며 농축산물은 물론 자동차 인증, 플랫폼 규제, 의약품 가격통제, 영화 스크린쿼터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제기한 비관세장벽 이슈를 이번 기회에 모두 해소하려는 분위기다.

이제 한국 경제도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막연히 순풍만 기다리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거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방어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 협상에서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와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에너지·조선·반도체·방위산업에서 한국의 역할과 가능성을 적극 부각하고 미국 내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계획도 과감히 내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상호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과 산업계를 설득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부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최근 현대차가 발표한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는 완성차와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제철소 건설과 LNG 구매계획도 내놨다. 이번 투자는 미국 산업과 공급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 앞으로 관세협상에서도 유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의 대응모델로서도 의미가 크다.

결국 트럼프 2기의 관세폭풍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표류하느냐, 돛을 올리느냐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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