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천에서 '알뜰폰' 못난다

김승한 기자
2025.04.01 04:00

알뜰폰(MVNO)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지난 30일 일몰되면서 '사후규제'로 전환됐다.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MNO)가 알뜰폰사업자에 부과하는 도매대가를 이제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매년 도매대가 상한선을 정해 알뜰폰사업자가 요금부담 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고 통신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취지였다.

겉으로는 '자율경쟁 확대'라는 명분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실질적 수혜자는 이통사일 가능성이 높다. 사후규제로 전환되면 이통사가 도매대가를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불리한 조건을 강요받을 수 있다. 물론 불공정한 협상 및 거래발생시 정부가 '사후' 개입하는 만큼 당장 도매대가가 인상되진 않겠지만 '불공정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고 시정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결국 시간·자원·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버티지 못한 알뜰폰사업자들은 사업을 종료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망 제공조건 예측이 어려워져 시장진입을 망설이는 신규 사업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존 강자 위주의 고착된 시장구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사업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져 전체 통신요금이 다시 오를 수 있다. 또 도매대가 부담이 커진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요금제를 단순화할 수밖에 없다. 가격혁신이나 소비자 중심 서비스 개발둔화로 '1일 데이터 무제한'과 같은 실험적인 요금제도 찾기 힘들어진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후생을 위한 정책이 자칫 가격인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후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정한 경쟁환경, 신속한 분쟁조정, 강력한 사후처벌이 전제돼야 한다. 규제완화는 궁극적으로 필요한 방향이지만 그 전제는 공정하고 대등한 시장환경 조성이다. 알뜰폰 시장이 진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제도의 유지, 혹은 정교한 대안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김승한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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