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이 힘겹게 꺼졌다. 엄청난 규모의 산불은 우리가 과거의 방식대로 산불을 예방하거나 맞설 수 없음을 보여줬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내버려두면 나무들은 잘 크고 산림은 건강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붕괴됐다. 관리되지 않는 숲은 대량의 낙엽을 포함한 각종 인화물질이 쌓인 위험지대가 됐다. 키 작은 관목과 키 큰 교목이 어우러진 숲은 생태적으로는 건강할지 모르지만 효과적인 화재진압을 가로막는 요소가 됐다. 공중에서 물을 뿌려도 바닥의 불에 닿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헥타르)당 수백 톤이 쌓인 낙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산불확산의 통로가 됐다. 우리의 무관심이 만든 결과다.
대규모 산불을 경험하고 나니 모두가 임도를 이야기한다. 일본의 20% 수준인 임도를 많이 건설해야 화재진압을 효과적으로 하고 산림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임도건설의 비용적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화재진압만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임도를 건설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임도를 통해 산림을 잘 가꿔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임업모델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무엇보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는 데 대한 과도한 거부감을 해소해야 한다. 당장은 흉물스럽고 자연파괴로 보이지만 자연을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막상 임도를 급속히 건설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설계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임도설계의 기준도 지나치게 까다롭다.
산불진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헬기가 80%의 화재를 진압하지만 정작 적절한 헬기를 구매하는지는 의문이다. 봄철 강풍 속에서도 진화할 수 있는 헬기를 구매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진화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헬기가 아닌 산불진압용 대형 고정익기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당장 도입하기에는 기종선정과 운용인력 등의 문제가 있으니 해외 민간업체와 계약을 통해 운용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관련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형산불 취약지역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신설해 상시 대응태세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화재가 대형화하면서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산불이 민가와 마을을 덮치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삼림에 둘러싸인 마을과 주택엔 화재에 취약한 외단열 공법이나 목조주택으로 건축을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마을과 가까운 숲엔 화재에 강한 내화수림대를 조성토록 한 경우도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산불로부터 주택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반대로 주택화재가 산불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은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을 더욱 어렵게 한다.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마을과 핵심 기반시설의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주민을 최대한 한곳으로 모아 기본적인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지역생존의 길이다. 대형 산불을 단순한 재해로 간주하기보다 변화와 적응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숲은 가꾸고 관리해야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방치하면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산림녹화의 기적이라는 자만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산림관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