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전세계가 휘청인다. 아시아·유럽은 물론 미국 증시 폭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경제에서 약 43%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맞불관세, 추가관세로 치킨게임을 벌이며 전세계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는 계속된다.
한국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25%라는 관세 고지서를 받아든 이후 코스피는 1년5개월 만에 2300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며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전세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나라도 있고 실리를 위해 기꺼이 아부를 택한 국가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독일의 행보가 주목된다. 독일은 대유럽 관세 등에 대응해 '빚을 지지 않는다'는 재정보수주의 원칙과의 이별을 선언했다. 지난달 독일 연방상원이 헌법을 개정해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다. 5000억 유로 규모로 향후 12년간 사용할 인프라 투자예산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역사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정치권의 좌우를 대표하는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의 합심 덕분이다. 당초 양당은 이민정책 등에서 견해 차이가 커 차기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오래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과 그에 따른 경제 충격 등을 고려해 대승적 협상을 이뤄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착시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독일과 달리 한국 정치권은 힘을 합치기보단 철저히 분열에만 집중한다.
'국회 탓'에 익숙해진 정부 책임도 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임기 만료 예정인 2명의 헌법재판관 후임자를 지명하며 정쟁(政爭) 먹잇감을 제공했다. 앞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의 출근을 104일간 막아섰던 한 권한대행이었기에 논란은 더 거셌다.
오랜기간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독일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분열보단 함께의 가치가 중요하다. '미국우선주의'를 넘어 '미국유일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청구서를 드리밀고 있는 미국이 우리 기대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