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년 이상 IT(정보기술) 관련 주요 경쟁지표에서 1위를 휩쓴 한국이 AI(인공지능) 시대엔 위상이 초라해졌다. AI G3(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AI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의 혁신으로 자본·인재가 한국에 몰려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가천대 국제대학장)
한 때 'IT·정보화 강국'으로 세계를 선도한 한국이 AI 시대 들어 주요국에 비해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산업혁명 시대에나 적용될 법한 규제들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미국 스탠퍼드대 HAI(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가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나온 전 세계 AI 특허 중 중국의 특허 점유율이 69.7%에 달한다. 이 지표에서 중국은 미국(14.16%) 유럽(2.77%) 인도(0.37%) 등을 압도했다. 한국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는다. 한국은 '나머지'(Rest of the World)로 분류됐다.
한국은 주요 인재유출국으로도 꼽힌다. 스탠퍼드대 HAI는 링크드인 회원 1만명당 AI인재 이동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는데 한국(-0.36)은 이스라엘(-2.1) 인도(-1.55) 헝가리(-1.15) 터키(-0.49)에 이어 5위였다. ICT(정보통신기술) 석박사 등 고급 전문인력의 규모도 주요국 대비 부족하다. 한국의 인재풀이 양적·질적 경쟁력에서 점점 취약해진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올리버와이먼이 지난 2월 발간한 '2025년 세계상황보고서'(State of Our World 2025)는 R&D(연구·개발) 성과 및 혁신생태계 등 항목을 평가해 '신흥 AI 강자 8개국'을 꼽았다. 한국은 반도체 등 일부 항목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신흥 8대 강국 후보국(핀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일본, 아랍에미리트, 대만,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산업혁명 시대에 적용되던 법제를 AI 시대에도 유지하려다 보니 한국의 혁신역량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전통산업에 적용되던 독과점 규제를 무리하게 IT기업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는 대표적인 시도다. 주52시간근무제 등 전통적 근로계약 형태에서나 통용되던 노동규제를 AI 등 혁신기술산업에까지 적용하려는 모습도 여전하다. 정작 AI 확산 후 변화할 노사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밑그림은 전혀 없다. AI 및 로봇을 공장에 전격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21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현대차 프로젝트가 노조의 반발로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땅에서 첫걸음을 뗀다는 사실은 AI 전면화 이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혼란에 처할지를 짐작하게 한다.
뒤늦게나마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정책조화를 도모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대선을 앞둔 현시점에 AI 시대에 걸맞은 정책구조조정이 본격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