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낯선 관세전쟁..익숙한 정쟁

배성민 기자
2025.05.14 04:05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나 양국 관계를 심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5.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무차별적인 관세전쟁 이후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각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수시로 출현한다.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대 정치행사인 5월9일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정상회담을 열어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며 전략적 연대관계를 과시했다. 반미진영의 맹주와 북한과의 관계나 지원여부 등을 두고 티격태격하던 과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일방주의와 신나치주의 등에 맞서겠다며 손을 맞잡아 반트럼프 공동전선 구축에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사 문제 등을 두고 갈등하던 동북아 주요 국가들인 한국과 중국, 일본이 손을 맞잡은 것도 쉽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실제로 정상회담 차원은 아니지만 한중일 각료는 지난 3~4월 정확히는 30여일 사이에 3차례나 만났다. 3월22일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8일 뒤인 3월30일엔 서울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 회의를 열었다. 한중일 각국의 문화예술 관련 차관들도 4월14일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개막식'에서 또다시 만났다.

예정된 행사라지만 관세정책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외교·경제정책을 고려한 각국의 입장이 배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언급이 나온다. 실제로 브라이언 샤츠 미국 상원의원은 "한중일 장관이 악수한 건 충격적인 장면으로 그들(한중일)이 우리에 대항해 뭉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중도보수 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정치적 경쟁관계인 사회민주당(SPD)의 연립정부를 통해 재투표의 난관을 겪긴 했지만 총리로 취임한 것도 트럼프 관세전쟁이라는 변수를 빼놓으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글로벌에서는 이처럼 낯선 장면이 연달아 연출되는 반면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그야말로 익숙한 장면 투성이다. 대선정국에선 통상전쟁에 대응하는 국익 차원의 대응은 찾기 어렵다. 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도 정쟁의 소재에 불과하다. 실제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선거(각각 대선과 총선)를 앞둔 한국과 일본이 "선거 전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길 열망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협상 당시 한덕수 총리가) 국익이 걸린 관세협상을 자기 출마를 위한 장사수단으로 악용했다"며 비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의 국내 여론 달래기용 발언"이라고 항변했다. 물론 한덕수 전 총리가 통상과 경제전문가를 표방하며 대권주자로 뛰어들었고 국민의힘이 한덕수 영입에 올인한 만큼 이들의 입장이 옹색해진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심 직후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탄핵하려고 한 것도 통상협상 준비 사령탑을 공석으로 만든 것이니만큼 무책임했다.

외환부족과 기업도산이 겹치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경제위기의 한복판에서 치른 1997년 대선에서도 IMF와 재협상론이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 같은 재협상 시사 발언이 투자자들을 동요시켰다고 경고했다. 재협상론으로 홍역을 치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잘못은 지도층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다"고 눈물을 떨궜다.

미국은 관세폭탄의 스위치를 만지작거리는데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정치권은 28년 전의 쓰디쓴 경험에도 빅텐트 단일화, 3권분립 무력화, 내란세력 청산 등 정치공학과 공세들뿐이다. 익숙한 것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시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배성민 에디터(부국장)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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